이란 "선박 나포, 세계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주장

선박 나포 직후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가 지난 5일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란이 “선박 나포는 세계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국적 선박 나포가 ‘해양 오염’ 때문이라는 주장도 되풀이하며 양국 관계 최우선 현안은 선박 억류 해제가 아닌 한국에 동결된 자국 자금 문제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주한 이란대사관은 19일 연합뉴스에 지난 10~12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란 방문과 관련한 입장문을 보내고 이같이 밝혔다. 이란대사관은 입장문에서 “한국 선박 나포는 분명히 기술적인 이유(해양 오염)로, 세계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며 “억류 선박의 선원에게 완벽한 복지와 보건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최 차관의 방문 당시 이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도 소개했다. 이란대사관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최 차관의 회담에서 “한국 내 동결 자금 문제가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정무담당 외무차관이 지난 10일 최 차관에게 “이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명확한 정치적 의지와 효과적인 방법론을 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점도 밝혔다.

이란대사관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이란은 무역, 특히 의약품·의료장비와 같은 인도적 교역의 중단을 양자 관계에서 매우 분개할 만한 사건으로 본다”며 “최근 수개월간 한국의 조치는 상당히 부실했고 이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 부닥친 이란 국민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차관이 국내 이란의 동결자금과 관련해 양국간 의약품 거래에 좋지 않은 상황이 생긴 데에 대한 유감을 표했고 조속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는 점도 전했다.

이란이 국내 언론에 보낸 공식 입장문에서까지 선박 나포 사건을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 규정한 가운데 억류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는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후 2주 넘게 이란 현지에 억류돼있다. 이란대사관은 “억류 선박의 선원에게 완벽한 복지와 보건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