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린 돈 감안하면 주가 아직 고점 아니다"

메리츠증권, 유동성대비주가 분석
지난해 5월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하자 ‘과열’ 논란이 일었다. 실물 경제는 얼어붙었는데 주가는 과도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시중에 풀려 있는 돈에 비해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유동성 대비 주가비율(PMR·price to money ratio)이라는 지표가 그 근거였다.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를 고려한 주가 수준을 측정한 지표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한 현재 PMR은 어느 수준일까. 19일 메리츠증권에 의뢰해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PMR을 분석했다. 유동성을 수치화하기 위해 MZM(money with zero maturity)이라는 지표를 활용했다. 만기가 없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돈의 규모다. 유통되는 모든 현금, 입출금이 자유로운 모든 계좌의 잔액, 머니마켓펀드(MMF)에 들어 있는 돈 등을 합쳐 계산한다. 70조원에 육박하는 고객예탁금은 제외한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을 유동성 규모로 나눠 보니 코스피지수가 3013.93을 기록했던 지난 18일 종가 기준 PMR은 1.56배였다. 1996년 이후 평균치인 1.44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높지는 않았다. IT 버블 당시 PMR은 2배였고,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2.5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19 이후 주식 자산 수준이 평균 이상으로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