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 제주은행 지분 인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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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인증사업 불투명▶마켓인사이트 1월 19일 오후 1시55분
은행업 면허 취득으로 선회
네이버가 제주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업 면허를 취득해 금융업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복안이다. 성사되면 대형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 등 금융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19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제주은행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은행은 지분 75%를 보유한 신한금융지주가 최대주주이고, 나머지 지분은 제주은행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이다. 제주은행 지분 100%의 가치는 약 15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인수 의향을 밝혀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인수 비율을 비롯한 구체적인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금융업에 진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2018년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신설한 것도 금융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융 부문 신사업은 번번이 난관에 부딪혔다. 네이버는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 공공분야 인증 시범사업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사업 시범사업자 본인가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출시한 ‘네이버 통장’ 역시 네이버가 직접 만든 금융상품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감독당국으로부터 마케팅 등에 제한을 받고 있다.이에 따라 네이버는 은행업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은산 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최대 10%(지방은행은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분을 투자한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하거나 다른 금융회사를 공동 투자자로 유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주은행은 10.88% 급등한 4435원에 마감했다.
네이버, 은행업 진출 총력…지분 규제 덜한 지방은행 인수 공들여
네이버는 은행업 진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금융권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제주은행은 영업 지역이 제주도로 한정되지만 지난해부터 비대면 영업이 대폭 강화되면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네이버 측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1969년 출범한 제주은행은 2002년 신한금융 자회사로 편입됐다. 제주 내에 25개 지점과 6개 출장소, 제주 외 2개 지점 등 총 34개 영업점이 있다. 예대마진을 활용한 이자수익이 전체 수익의 90%에 달할 만큼 리테일 영업을 주력으로 한다.네이버는 제주은행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은행업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은행업 면허를 손에 넣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며 “제주은행이 아니더라도 다른 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지분 규제가 덜한 만큼 지방은행마다 15% 수준의 지분을 취득해 각 은행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신한금융이 비주력 부문 효율화 차원에서 제주은행 지분 매각에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 외에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은행은 지역 내 탄탄한 영업 기반으로 그간 상당한 수익을 올렸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신한저축은행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상반기 신한저축은행은 순이익 약 210억원, 제주은행은 약 170억원을 기록했다. 제주은행은 비대면 영업이 강화됐지만 자체적으로는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 등 전략적 투자자(SI) 등을 상대로 제주은행 매각 의사를 타진했으나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진 않았다.
신한금융은 이 때문에 제주은행을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했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투자를 받아 제주 지역 점포 중심의 은행을 전국 단위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바꾸려는 구상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까지 투자 유치를 추진했으나 투자자들은 향후 은행업 전망의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주 산하에 은행 라이선스가 여러 개인 만큼 이를 효율·분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정소람/김대훈/이지훈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