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RT, '도로 위 지하철' 될 수 있을까…교통 호재는? [최진석의 부동산 팩트체크]

BRT를 아시나요?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미 세종시와 청라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 운행 중입니다. 정부가 새 교통수단으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데요. 특히 앞으로는 S-BRT(슈퍼 BRT‧최고급형 간선급행버스체계)를 적극 확대할 방침입니다. S-BRT는 교통신호에 구애받지 않고 정류장에서만 정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때문에 ‘도로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부가 전국 각지에서 추진 중인 S-BRT는 정말 지하철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S-BRT’가 ‘교통호재’가 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요?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1. S-BRT는 효율적인가

국토교통부는 BRT의 장점으로 ‘가성비’를 꼽습니다. 적게 들어가는 사업비에 비해 수송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죠. 지하철은 땅 밑에 터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업비가 투입됩니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하기 때문에 각종 설계와 까다로운 심의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반면 BRT는 도로 위를 돌아다니기에 이보다 사업비도 적고 설치도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전용차로와 정류장만 있으면 되니까요. 국토부에 따르면 BRT의 노선 설치 비용은 km당 30억원입니다. 경전철(460억원)과 지하철(1000억원)보다 경제적이죠.

단점도 있습니다. 수송효과가 지하철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죠. 지하철(10량 기준)은 한 번에 최대 1500명도 태울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버스인 S-BRT는 50~60명을 태우고 달립니다. 배차시간도 지하철이 더 촘촘합니다. 물론 정부는 앞으로 S-BRT에 굴절버스 등을 도입해서 한 번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하철 수준의 수송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2. BRT와 S-BRT의 차이점은?

현재 가장 높은 수준의 BRT가 운영되고 있는 곳은 세종시입니다. 국토부 출입기자이기에 세종에 상주하고 있어 BRT는 자주 이용하고 있어 장단점과 차이점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일단 BRT와 S-BRT의 차이점은 ‘교통신호에 구애받지 않는가’로 판단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당초 정부가 BRT를 처음 추진할 때 교통신호로부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구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노선 설계와 사업비 확보 등의 과정에서 한계가 있었고, 결국 현재 가장 잘 되어있다는 세종시 BRT도 수차례 교통신호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BRT로 불릴 수 없었던 것이고, 정부가 S-BRT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도전을 하는 것이죠. BRT가 교통신호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전용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방해를 받지 않고 달려야 하고, 교통신호도 회피해야 합니다.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교차로 등에 지하도를 만들어 BRT가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BRT만을 위한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교통신호 제어입니다. BRT가 교차로 등 교통신호에 다가오면 해당 신호기가 미리 BRT에 부착된 센서를 감지하고 BRT가 통과하는 시점에 맞춰 녹색등으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현재 이에 대한 기술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어려운 기술이 아니니 상용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약하면 현재의 BRT는 전용도로가 있긴 하지만 교통신호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정시성 확보가 어렵습니다. S-BRT는 이 부분까지 개선되기 때문에 이동시간도 단축되고 정시성 확보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상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S-BRT는 굉장히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번거롭게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이용해 지하 플랫폼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예측 가능한 시간에 탑승하고 정확한 도착시간도 알 수 있습니다. 진정 ‘도로 위 지하철’이라 불릴 만 한 것이죠. S-BRT 자체도로 좋은 교통수단이지만 이를 통해 지하철역으로 환승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블역세권’으로 교통 편의성이 한층 더 개선될 겁니다. 해당 지역 주변에 ‘교통 호재’가 되는 것이죠.


3. S-BRT는 어디에 설치되나

국토교통부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작년 1월 각 지자체로부터 S-BRT 사업 신청을 받아 인천 계양∼부천 대장, 인천·성남·창원 BRT 및 세종 BRT 등 5개 사업을 S-BRT 시범사업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부산에서 2개, 대전에서 1개의 BRT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별로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인천 계양∼부천 대장 지구는 부천종합운동장∼대장지구∼계양지구∼김포공항역까지 16.7㎞ 구간에 S-BRT가 구축됩니다. 이 노선은 2026년 3기 신도시 입주계획에 맞춰 개통할 계획입니다. 이 지역에는 부천종합운동장역, 김포공항역 등 지하철역도 있어 환승도 가능합니다. 환승역이 되는 것이죠.

이곳 외에도 인천에는 인하대∼루원시티 사거리 9.4㎞ 구간에 S-BRT가 구축됩니다. 이 구간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업추진 절차를 거쳐 2026년 개통 예정입니다. 만약 이쪽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지하철역과 S-BRT까지 이용할 수 있는 정류장 근처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향후 교통호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죠.
성남에는 남한산성 입구∼복정역 사거리까지 총 10.2㎞ 구간에 S-BRT가 구축됩니다. 주요 경유지는 남한산성∼단대 오거리∼모란역 사거리∼복정역 사거리로 이 중 단대오거리∼모란역 사거리(2.8㎞)를 우선 공사할 계획입니다. 올해부터 개발 계획 수립 등 절차를 거쳐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됩니다. 이쪽에도 8호선 단대오거리역과 남한산성입구역, 복정역이 있습니다. 복정역은 수인분당선 환승역이기도 하죠.
부산시는 2019년 개통한 기존 BRT(서면∼내성, 내성∼중동)와 연계해 서면∼사상, 서면∼충무 2개 BRT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에서는 BRT 개통으로 버스 통행시간이 단축되는 등 BRT 개통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난해 서면∼내성, 내성∼중동 등 16.3㎞ 구간의 BRT 개통으로 버스의 평균 통행시간은 개통 전보다 19%가량 단축됐으며, 통행속도는 평균 23%가량 빨라졌다고 대광위는 설명했습니다.
최근 인구 100만 명 이상의 특례 시로 지정된 창원에도 원이대로 일대 가음정사거리∼도계광장∼육호광장에 이르는 18.0㎞ 구간에 창원 S-BRT가 놓이게 됩니다. 작년 12월 개발계획 고시를 기점으로 가음정사거리∼도계광장을 잇는 9.3㎞ 구간을 우선 구축하게 되며 개통 목표 시기는 2023년입니다.
세종시의 BRT도 업그레이드 될 예정입니다. 첨단 BRT 정류장 설치, 최대 84인승 전기 굴절버스 도입, BRT 우선 신호 도입 등을 통해 내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대전시는 내년 개통을 목표로 반석역∼유성복합터미널 6.6㎞ 구간에 BRT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사업비의 경우, 3기 신도시와 같이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시행하는 BRT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시행자가 부담합니다. 서로 다른 광역지자체의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 BRT는 국가가 사업비의 50%를 보조합니다. 그 외 도심 BRT 중 수도권 지역은 국가가 25%를, 수도권 외 지역은 국가가 50%를 보조합니다.


4. 주의할 점은

S-BRT는 ‘도로 위의 지하철’로 불리긴 하지만 지하철의 대체재가 되기엔 적은 수송인원과 짧은 노선 등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하철의 강력한 보완재로 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하철과 연계했을 때에는 분명한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교통수단이라고 봅니다. 즉, S-BRT 노선을 따라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죠. 물론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S-BRT 노선이 당초 계획대로 △전용차로로 운행되고 △교통신호에 구애받지 않는지 확실하게 확인을 해야 합니다.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나 유지 보수 부담을 안고 있는 지자체에서 고가도로 설치, 전용도로 유지, 교통신호 회피 등에 대해 회의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S-BRT라 해도 교통신호의 방해를 받는다면 일반 버스와 다를 게 없습니다. 파괴력이 상실되는 것이죠. 이런 실망스러운 노선이 설치되는 지역이라면 해당 지역에서의 교통호재 기대효과 역시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S-BRT 노선을 설계하는지 그 진행상황을 꼼꼼하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