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이 콕 찍어 비판 한 달 후 최장수 장관 강경화 교체

강경화 지난달 4일 개각명단에선 제외
"망언, 두고두고 기억하고 계산하겠다"
김여정 발언 뒤 한 달 만에 개각명단 포함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현 정부 최장수 장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교체하고 후임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강경화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맡아 3년 반 넘게 외교부를 이끌어왔다. 강 장관은 지난달 4일 시행된 개각명단에서 제외돼 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이번에 교체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지난달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 0명 주장이 좀 이상하다'고 발언한 강경화 장관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한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강 장관은 지난달 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중동 지역 국제안보포럼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며 "모든 신호는 북한 정권이 코로나 통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상한 상황(odd situation)"이라고 했다.

이에 김여정 부부장은 8일 담화를 통해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강 장관을 비판했다.그러면서 "속심이 빤히 들여다보인다"며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북한이 강경화 장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강 장관을 긴급 교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뉴스1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6월 북한 인권 단체의 대북 전단을 문제 삼으며 이를 전면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야당의 반발에도 '대북전단살포 금지법(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바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중기부 장관 교체는 박영선 현 장관이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