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손실보상법'에 기재부 난색

"해외에 유사한 사례 없고
피해 맞춤지원이 더 중요"
정세균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핵심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영업 손실보상법’에 관해 재정당국이 난색을 보였다. 해외에 비슷한 사례가 없고 피해 상황에 따른 맞춤 지원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포퓰리즘식 재정 살포 움직임에 재정당국이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사진)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자영업 손실보상법 처리와 관련한 질문에 “1차적으로 해외 사례를 살펴본 결과 자영업 손실 보상을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와 국회가 논의해 지원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법제화보다는 일반적인 원칙하에 신속하고 탄력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앞서 이날 오전 정 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자영업 손실보상법과 관련해 “가능하면 상반기까지 입법이 이뤄지고 제도가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예산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등을 정부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가 김 차관의 입을 빌려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와 관련된 포퓰리즘 법안을 잇달아 내놨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금액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국가가 내린 집합금지 및 집합제한명령으로 소상공인의 영업권이 제한될 경우 해당 시간만큼 최저 시급에 해당하는 액수와 사업장 임차료를 부담해준다는 것이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6개월간 국가 재정 10조원이 소요되는 ‘소상공인 임대료 국가 분담제’를 제안했다.

기재부는 자영업 손실 보상에 관한 논의 동향을 충분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