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강경화·김현종 동시 교체…바이든 취임날 외교라인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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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3차례 개각 마무리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장관 후보자 3명을 지명하며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온 개각을 마무리했다. 지난 세 번에 걸친 개각에서 문 대통령 선거 캠프,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이 줄줄이 입각하면서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3명 중 1명이 국회의원으로 채워지면서 3권 분립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캠코더 인사' 줄줄이 입각
'미국通' 정의용 전면 호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시동
장관 3명중 1명꼴 현역의원
親文 의원들 앞세워 국정 다잡기
‘미국통’ 정의용 재등용
문 대통령은 20일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에 권칠승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외교부 장관 전격 교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시동을 걸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며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앞장서왔다. 정 후보자는 2018년 3월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해 그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데 이어 국가안보실장 재임 3년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 및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을 성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 등 주요국의 행정부 변화가 있다”며 “여기에 맞춰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다만 정 후보자가 악화일로를 걷는 미·북 관계를 조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19일(현지시간) “(대북 문제의) 전반적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겠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펴온 ‘톱다운’ 방식의 대북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해 실무협상 중심의 ‘보텀업’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중(反中) 전선 참여 압박도 부담이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쿼드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동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하에서는 훨씬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 코드 인사 여전
친문 의원들의 입각도 이어졌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는 모두 친문으로 분류된다. 두 후보자에 더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세 차례 개각으로 입각한 친문 의원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에 달한다. 여기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까지 더하면 전체 장관 18명(후보자 포함) 중 6명이 현역 의원이다. 임기 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측근을 장관으로 활용해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3권 분립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청문회 통과 비율이 높은 현역 의원을 찾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출직을 준비하며 자기관리를 해온 사람들이라는 점, 같은 의원이라 공격이 덜하다는 점 등으로 현역 의원들의 청문회 통과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임기 말로 갈수록 정치인 외에 장관을 하겠다는 지원자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연쇄 개각으로 전체 18명의 장관 중 여성은 3명(16.7%)으로 줄었다. 임기 초 대비 절반 수준이다. 야당에서는 코드 인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물러난 인사를 재차 기용하고 그마저도 없어 여당 국회의원으로 내각을 채우는 것을 보는 마음은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이 큰 정세균 국무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시점에 또 한 번의 중폭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강영연/송영찬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