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축 27도 기울어진 '삐딱한' 토성은 타이탄 등 위성 이동 탓

수십억년 뒤 기울기 배로 늘어…목성도 50억년 뒤엔 30도 이상 기울어
태양계의 여섯 번째 행성인 토성은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서 약 27도 기울어져 있다. 이는 토성을 둘러싸고 있는 고리 때문에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토성의 이런 삐딱한 자전축이 토성을 돌고 있는 타이탄을 비롯한 위성(달)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성들이 토성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가면서 자전축도 더 기울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 따르면 CNRS와 소르본대학 연구진은 토성의 기울어진 자전축은 위성이 야기한 것으로, 특히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의 이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결과처럼 덩치가 작은 위성들의 이동이 토성의 자전축을 기울게 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최근 관측에서 타이탄을 비롯한 토성의 위성들이 지금까지 측정해온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토성에서 멀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런 이동률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 위성이 토성에서 멀어질수록 궤도면은 더 기울어져 토성의 자전축 경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토성의 자전축을 기울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 상대적으로 최근에 발생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토성이 형성되고 약 30억 년간은 기울기가 미약했으나 약 10억 년 전에 위성의 점진적 이동이 공명 현상을 촉발해 현재까지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위성의 이동으로 토성의 자전축과 해왕성 공전 궤도와의 상호 작용(공명)을 초래해 토성의 자전축이 점점 기울어지면서 현재 관측되고 있는 것처럼 기울기가 27도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가설을 뒤집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토성 자전축과 해왕성 공전 궤도 간의 이른바 영년 공명(secular resonance)이 존재하는 것에 관해서는 의견이 같으나, 약 40억년 전 해왕성 궤도의 변화로 공명이 발생해 자전축이 기울어진 뒤로는 안정세를 유지해온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토성의 자전축은 계속 기울고 있으며 현재 27도 기울기도 과도기 단계에 불과해 몇십억 년 내에 기울기는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목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 즉, 유로파를 비롯한 4개 대형 위성의 이동과 천왕성 공전 궤도와의 공명으로 앞으로 약 50억년 걸쳐 자전축 기울기가 현재 3도에서 30도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