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머스크·베이조스…갑부들의 꿈은 왜 우주를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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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향한 골드러시아마존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는 2015년 트위터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그해 12월 머스크가 쏘아올린 로켓이 폭발하지 않고 무사히 귀환했다. 그러자 베이조스는 머스크에게 이런 트윗을 남겼다. “클럽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겉으로는 우주산업의 본격적 시작을 축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먼저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던 베이조스가 자신의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메시지였다. 머스크는 이보다 한 달 앞서 베이조스를 자극했다. 베이조스의 로켓이 궤도 비행 후 아주 잠깐 우주 경계선을 넘어갔던 것을 보고 “우주는 궤도가 아니다”며 비아냥거렸다. 두 사람이 우주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동시에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페터 슈나이더 지음 / 한윤진 옮김
쌤앤파커스 / 516쪽│1만8000원
"인류의 '마지막 블루오션' 우주"
인류의 마지막 블루오션 ‘우주’
베이조스와 머스크뿐 아니다.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마이크로 소프트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인들에겐 공통된 꿈이 있다. 우주로의 담대한 도약이다. 이들은 각각 블루 오리진(베이조스), 스페이스X(머스크), 버진갤럭틱(브랜슨) 등의 회사를 차리고 우주산업에 뛰어들었다.이미 성공 신화를 이룬 기업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우주산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를 향한 골드러시》는 그 이유를 분석하고 민간 우주산업의 발전 방안과 미래를 전망한다. 독일 과학잡지 ‘스펙트럼’ ‘벨트’ 등에서 활동한 과학전문 저널리스트 페터 슈나이더가 저자다.베이조스, 머스크 등은 우주가 인류의 마지막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들에게 우주를 향한 경쟁은 다음 세대를 위한 큰 사업거리”라고 설명한다. 베이조스는 우주에서 인간이 집단 거주하는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우주에 호텔과 테마파크를 건설하고, 궤도에 200만~3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집단거주지를 구축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혔다. 또 “이는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아이디어”라며 “종국에는 이주가 가능하고 공원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새로운 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그들의 성향과도 맞아떨어진다. 미국 위성 서비스 기업인 스파이어의 CEO 피터 플랫처는 이같이 분석한다. “인류는 사실상 탐험가다. 인류는 항상 미지의 것을 찾아 발견하려 한다. 그리고 우주는 가장 크고 탐구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무제한에 가까운 재력을 바탕으로 우주산업을 실현하겠다고 주장하는 개인이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했을 뿐이다.”
우주산업에도 파괴적 혁신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이 잇달아 뛰어들며 우주산업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혁신가들에게 ‘파괴’는 일종의 무기다. 이들은 항공우주산업의 터줏대감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 대표되는 ‘올드 스페이스’의 규칙을 무너뜨리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뉴 스페이스’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인류에게 우주란 달과 우주비행사, 허블망원경, 국제우주정거장이 떠오르는 공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젠 무한한 아이디어와 돈이 샘솟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다. 베이조스와 브랜슨은 우주 관광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억만장자이자 버짓 스위츠 오브 아메리카 호텔의 CEO 로버트 비글로는 풍선처럼 부푸는 우주선 모듈로 우주 호텔을 만들고 있다. 우주 광산업체 딥스페이스인더스트리의 CEO 피터 스티브래니는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상용화된 하드웨어를 활용해 기존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위성과 우주선도 제작하고 있다. 저자는 “인류에게 오늘만큼 황홀한 꿈과 계획이 있던 적이 없었다”고 주장한다.아직 우주산업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수십 년 전부터 많은 공적 자금이 우주산업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대대적인 투자와 혁신 덕분에 공감하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저자는 “별이 밝게 빛나는 밤하늘을 보며 꿈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우주산업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미래를 위한 투자며, 그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