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약 복귀하고 反이민 철회…첫날부터 '트럼프 상징'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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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조치 17건 속전속결 서명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현지시간) 취임 직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추진했던 상당수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기후변화 대응과 반(反)이민 정책 등을 명문화한 행정명령에 무더기 서명한 것이다. 야당인 공화당은 “좌파 정책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친환경 정책으로 대전환 시사
트럼프가 마지막까지 공들인
국경장벽 건설도 중단시켜
코로나 방역·이민 시스템 개선 등
백악관, 7대 국정 과제 제시
공화당은 "좌시 않겠다" 반발
“기후변화 대응 체제로 대전환”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15건이다. 기관 조처 2건을 포함하면 총 17건의 서류에 서명했다. 작년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바뀌었을 때부터 준비해온 행정명령 등을 취임식 후 5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취임 당일에 두 건 이상 행정명령에 서명한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다.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에서 행정명령은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연방법 입법에 준하는 효력을 낼 수 있는 수단이다.가장 먼저 서명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조치였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게 국가를 재건하는 첫걸음이란 판단에서다. 향후 100일간 연방 건물에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와 인종 평등권 보장을 지시하는 서류에 사인하는 장면도 TV 화면으로 생중계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싶어하는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파리협약 재가입은 환경 중시 정책으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특사를 신설해 민주당 대선 후보까지 지낸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이 자리에 기용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캐나다산 원유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키스톤XL 송유관 사업’에 대한 허가 철회도 동시에 명령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반이민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을 짓기 위해 선포됐던 비상사태 효력을 중단시켰다. 국경 장벽은 2017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행정명령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의회 난동 사태 와중인 지난 13일에도 마지막 외부 일정으로 텍사스의 장벽 현장을 찾는 등 애착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시리아, 예멘 등 7개 이슬람국가 국민의 입국 금지 조치를 무효화했다. 불법 체류 중인 미성년자와 청년에게 취업 허가를 내주고,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제도를 유지·강화하기로 했다. 이 역시 트럼프가 폐지를 강력 추진했던 제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열흘간 총 53건의 행정 조치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동맹 재건 등 7대 과제 제시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경제 활성화, 기후 변화 대응 등 당면 과제 일곱 가지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항목은 코로나19와 기후 변화, 인종 형평성, 경제, 보건, 이민, 글로벌 지위 회복 등이다. 백악관은 “미국의 가정을 위해 과감한 조치와 즉각적인 구제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코로나19와 관련해선 검사 확대, 학교 및 기업의 안전한 정상화, 효과적이고 공평한 백신 접종 등을 강조했다. 경제 분야에선 불평등 대처, 재정 지원책 제공, 중소기업 활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비전을 제시했다.인종 형평성의 경우 형사 사법 개혁, 의료 접근 및 교육 부문의 차별 중단, 공정한 주거 환경 강화 등을 과제로 내놨다. 보건 분야에선 질 좋은 의료서비스 접근권 확대와 함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건강보험 개혁법(ACA) 마련을 약속했다.
백악관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이민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민자를 환영하고 이들이 미국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공정한 장치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미국엔 법적 지위가 불명확한 이민자가 1100만여 명 거주하고 있다.하지만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제안에 대해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 대립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원 공화당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첫날부터 미국인을 돕고 국가를 전진시키는 대신 극좌파에 영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