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범] 정치적 중립 지킬까…옥상옥 우려도

21일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대한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공수처는 자의적인 수사권과 기소권 행사로 비판받아온 검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사정기관이다. 공수처는 비록 검사와 판사, 고위 경찰 관련 범죄에 한정되지만 기소권을 부여받아 70여년간 유지돼온 검찰의 기소 독점 체제를 허물게 됐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권력기관 개혁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여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권한에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정권 사수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야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가 야권을 표적으로 삼거나 검찰·경찰의 수사 사건을 우선해서 넘겨받을 수 있는 이첩요구권을 남용해 여권에 불리한 수사를 덮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주어진 권력을 절제하지 못해 신뢰를 상실한 검찰의 잘못을 답습하면서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권에서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 시즌2'는 이런 야권의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반면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나아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고 검찰청을 기소권과 영장청구권만 행사하는 '공소청'으로 바꾸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공수처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가지는 유일무이한 기관이 된다. 사실상 검찰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공수처가 꿰차는 셈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러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여권의 기대 속에 임명된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감사원장처럼 "현 정권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는 취임 후 갖가지 우려들 속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운 정치권의 압박과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공산이 크다.

김 후보자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 ▲ 내부의 처장을 향한 '이의제기권' 활성화 ▲ 외부 인사가 포함된 감찰 기구 구성 ▲ 주요 의사 결정시 국민 의견 수렴 등 내부 견제 장치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는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국민 편만 들겠다는 자세로 일하면 정치적 중립성은 지켜질 것"이라며 "외압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공수처장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