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예산 20억 투입했는데…"미미위? 아이돌인가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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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위 강남' 1년 됐지만 "생소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미미위요? 아이돌 그룹 이름인가요?"
곳곳 조형물에도…"강남이라는 인식 안돼" "실패한 브랜드" 혹평
예산 과다투입, 의견수렴 부족 지적…강남구청 "비판에 귀기울일 것"
서울 강남구가 자체 도시 브랜드 '미미위(ME ME WE) 강남'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 조형물을 본 시민들에게선 "생소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강남구가 삼성역, 도산공원, 영동대교 남단 등 주요 거점에 총 20억원가량 예산을 투입해 1년째 브랜드 홍보에 나선 결과물이다.정작 강남구민 대다수는 '미미위 강남'의 의미는 물론 브랜드 도입 취지, 조형물 설치 계획 등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예산 20억원이 투입됐다는 걸 알고는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서울 내 다른 자치구 주민들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실패한 브랜드"라는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보는 이 없는 '미미위 강남'…시민들 "설명 들어도 모르겠다"
지난 22일 정오 <한경닷컴>이 찾은 서울 삼성역 인근 사거리는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직장인들로 가득찼다. 하지만 삼성역 1번 출구 뒤쪽에 위치한 '미미위 강남' 조형물에 눈길을 주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눈앞에 보이는 미미위 조형물을 아느냐고 묻자 "아무리 봐도 '강남'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 중 '나(ME), 너(ME:당신은 또 다른 나), 우리(WE)가 함께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품격강남'이라는 뜻의 '미미위 강남' 브랜드를 안다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서울시민 한모씨(28)는 미미위 강남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이돌 그룹 이름이냐"라고 되물었다. 이날 조형물을 처음 봤다는 한씨는 "의미가 잘 와 닿지 않는다. 사실 지금 설명을 듣고도 브랜드 명칭이 바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강낭콩 같은 모형과 노란색, 검은색 등이 왜 강남을 대표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설명이 필요한 것 자체가 이미 실패한 브랜드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직장이 삼성역 근처여서 조형물 설치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는 시민 김모씨(67)도 "해외에까지 강남을 알리겠다고 추진한 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외국인들에게 '미(ME) 미(ME)'는 그냥 '나와 나' 아닌가. 무슨 의미 전달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서울시민 김모씨(61)도 "세금이 20억이나 들어갔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이걸(미미위 조형물) 누가 개당 1억원씩으로 보겠나"라면서 "코로나로 세금 쓸 곳도 많은데 그 돈을 들여 이걸 만든다는 것은 낭비"라고 꼬집었다.
강남구민 "설명도 없이 만들어…사업 추진 중단해야"
강남구민들 반응은 더 날카로웠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도산공원 중앙에 설치된 '미미위 강남' 조형물 앞에서 구민들은 "혈세 낭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강남구민 신모씨(76)는 "처음 조형물을 보고 뭐하러 저걸 했나 생각했다. 무엇인지, 왜 했는지 지자체에서 제대로 설명한 것 같지도 않다"며 "저게 20억이라니…강남구청이 돈 쓸데가 없나 보다. 돈이 썩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심모씨(78)도 "계속 오르는 세금이 다 저런 데 쓰이는 것이냐. 코로나 때문에 장사 못 하는 사람들도 지원해줘야 하는데, 지자체가 정신 차리고 사업 추진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강남구민 박모씨(72)는 "볼 때마다 의미는 둘째 치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쓸데없는 데 세금이 쓰이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구민 이모씨(80)도 "뭐하러 저런 걸 설치하나. 외국인에게 알리려면 서울시 브랜드도 있는데… 세금은 실질적인 부분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남구민 이모씨(30)는 "세금이 많이 들어간 것도 그렇지만 저 노란색 조형물이 도산공원이나 안창호 선생 동상과 너무 안 어울린다는 것도 문제"라면서 "적어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지 보고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 서울 유'와 비교해보니…세금 더 붓고, 주민은 빠졌다
'미미위 강남'은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브랜드를 통해 강남을 세계적 도시로 알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중점 추진 중인 사업. 이처럼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브랜딩을 시도한 것은 최초다. 여타 기초 자치구의 경우 지역적 특성 등을 표현한 BI(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도를 만들어 사용할 뿐 지자체의 특성과 가치, 메시지를 담은 별도 자체 브랜드를 만든 사례가 없다.굳이 비교 대상을 찾자면 광역 지자체 서울시가 내놓은 브랜드 '아이 서울 유(I·SEOUL·U)'가 있다. 그런데 지출 예산만 놓고 보면 서울시보다 단위가 작은 지자체임에도 강남구의 집행 예산 규모가 더 크다.
<한경닷컴> 취재 결과, 작년 1월 시작한 '미미위 강남' 브랜드 주요 추진사업 집행예산은 같은 해 12월15일 기준 20억9398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가 '아이 서울 유' 출범 이래 5년간 지출한 총 예산 16억원을 사업 추진 1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게다가 '미미위 강남' 주요 사업 집행예산 자료는 홍보용 가로기와 22개 조형물 설치 비용만 계산한 점을 감안하면, 강남구가 브랜드 사업에 지출한 총 예산이 더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처럼 기초 지자체로선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데 지방재정투자심사를 통한 타당성 조사를 거친 것도 아니다. '미미위 강남' 사업은 지출 예산이 지방재정투자심사 대상인 20억원을 초과했지만 사업 기본설계를 뉴디자인과, 도로관리과, 공원녹지과 등 강남구 각 부서로 나눠 진행했다는 이유로 통합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르면 동일한 사업이라도 기본설계를 각 부서에서 했다면 별도 신규투자사업으로 간주된다"며 "지방재정투자심사에 포함되지 않는 미미위 관련 사업은 2020년 세출예산으로 편성됐다. 당시 부서 내부 검토 및 의회 상임위 심사, 예산결산위원회 등 다양한 절차를 통해 사업 타당성 검증 및 심사를 거쳐 추진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의 차이는 또 있다. 서울시는 브랜드 창출 과정에서 시민 의견수렴 절차를 갖춘 반면 강남구는 공식적인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서울시의 '아이 서울 유'는 개념 도출부터 아이디어(슬로건 및 BI) 공모전, 후보안 압축 과정과 최종 서울브랜드 선정까지 23만여명의 시민 참여가 있었다. 브랜드 최종 선정 때도 온·오프라인 사전 시민투표 결과와 1000여명의 시민심사단 현장투표에 75%의 배점을 뒀다.
반면 강남구는 정책적 부분을 묻는 설문조사만 진행했을 뿐, 공청회나 주민설명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구민들이 브랜드 자체를 생소해하는 한 이유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강남구의회에서도 이를 지적했다. 강남구의회 이향숙 의원은 작년 9월 구정 질문을 통해 "강남구 브랜드를 만드는데 최소한 구민과 구의회 의견을 청취한 뒤 그 실행 전략을 수렴해 시행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브랜드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 공감대 형성 과정이 생략된 채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구민과의 소통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이같은 지적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규정상 브랜드 개발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기준이나 조항은 없다. 있었다면 공식적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며 "구민들 의견과 조언, 비판에 귀 기울이고 (미미위 강남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가치를 만들어가는 도시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