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잡은 안병훈…'미생'서 '완생'으로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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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R안병훈(30)은 골프계의 미생이다.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17세)로 우승한 뒤 2011년 프로로 전향한 그의 앞길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다. 꿈은 10년의 세월 동안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 124번이나 출전했지만 우승이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메달리스트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성공한 골퍼’라는 수식어보다 먼저 따라붙는다. 새 스윙 코치로 무장한 안병훈이 새해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완생’으로 거듭날 기회를 잡았다.
7언더파 65타로 1타 차 공동 2위
우즈 가르쳤던 폴리, 코치로 영입
샷 정확도 높여 무더기 버디사냥
김시우, 6언더파 '물오른 샷'
임성재·이경훈도 선두권 넘봐
우즈 스윙코치 영입 효과 만점
안병훈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니클라우스 토너먼트 코스(파72·7152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잡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8언더파를 친 선두 브랜던 해기(29·미국)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다.안병훈은 2020~2021시즌에 힘을 쓰지 못했다. 총 7개 대회에 나섰지만 예선을 통과한 것은 지난해 10월 열린 CJ컵과 조조 챔피언십뿐이다. 작년 1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또다시 커트 탈락한 안병훈은 6주간의 겨울 훈련에 돌입했다.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스윙 코치를 데이비드 레드베터에서 션 폴리로 교체한 것. 폴리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PGA투어에서 통산 10승을 거둔 저스틴 로즈의 스윙 코치로 활동했다. 2010~2014년에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를 맡기도 했다.
안병훈의 실험은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그는 이날 높은 샷 적중률을 기록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78.57%였고, 그린 적중률은 83.33%에 달했다.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그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은 각각 53.57%, 61.11%에 불과했다.안병훈은 “더 나은 셋업을 만들기 위해 클럽 페이스를 놓는 방식과 각도 조절 등 작은 것들을 바꿨다”며 “나 자신의 스윙을 이해하는 데 션이 큰 도움을 줬다”고 만족해했다. 이어 “볼의 스핀양을 줄이기 위해 훈련한 것이 효과를 봤다”며 “오늘처럼 경기를 잘하면 올해는 PGA투어 첫 승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순위표 장악한 한국 선수들
한국 선수들은 이날 맹타를 휘두르며 순위표 상단을 차지했다.김시우(26)는 물오른 퍼트감을 앞세워 선두 경쟁에 합류했다. 김시우는 이날 이글 1개, 버디 4개를 묶어 6언더파를 치며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에만 3타를 줄인 김시우는 후반에는 5번홀(파5)에서 약 10m 거리의 이글 퍼트를 홀에 집어넣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8번홀(파4)에서 또 하나의 버디를 추가해 첫날을 6언더파로 마무리했다. 앞서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 출전해 1·4라운드에서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친 김시우는 최근 2개 대회에서 세 번이나 ‘보기프리’ 경기를 선보였다.지난 시즌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PGA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었던 임성재(23)도 선두 추격에 나섰다. 그는 이경훈(30)과 함께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15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스폰서 추천으로 대회 출전의 기회를 잡은 김주형(19)은 니클라우스 토너먼트 코스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39위를 기록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