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던 황홀한 오로라…지구 대기를 교란시켜 통신과 GPS에 영향 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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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옛날 옛적 멀고 먼 나라에 살던 왕과 왕비가 오랜 기다림 끝에 공주를 얻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마법사가 공주에게 물레에 찔려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마법을 걸었으나 착한 마법사의 도움으로 죽음 대신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이야기는 그림 동화로 디즈니 만화영화로도 제작된 '잠자는 숲속의 공주'다. 공주의 이름은 바로 오로라, 로마신화에서 새벽의 여신이다.
과학과 놀자 (34) 오로라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하늘을 가로질러 너울거리는 빛의 향연
일생에 한 번은 보고 싶다는 자연 현상인 오로라도 이 새벽 여신의 이름을 따랐다. 하늘을 가로질러 너울거리는 빛의 향연을 보기 위해 세계 사람들이 캐나다 옐로나이프에 모인다. 운이 좋으면 도착한 당일에도 볼 수 있지만, 며칠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신비한 ‘초록 커튼’은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지금, 우리는 언제쯤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오로라는 초록색일까
오로라는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하전입자(전하를 띤 입자)가 자기력선을 따라 지구 대기로 들어오면서 대기 성분과 부딪쳐 빛을 방출하는 일종의 방전 현상이다. 오로라가 발생하는 지구 고층 대기는 주로 산소 원자와 질소 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이 전자와 충돌해 들뜨게 되고 다시 바닥 상태로 천이하면서 방출하는 빛이 바로 오로라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는 전자는 질소 분자를 이온화하며 지상에서 약 90㎞ 상공까지 떨어지는데 이곳이 오로라의 끝자락이다. 산소 원자는 에너지 준위에 따라 붉은색과 초록색 빛을 방출하는데, 붉은색의 경우 천이(바닥상태로 되돌아감)가 일어나기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기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빛을 방출하기도 전에 다른 입자와 충돌해 운동에너지로 전달해 버린다. 고도에 따라 다른 색깔의 오로라가 보이는 이유다. 지상에서는 주로 낮은 고도에서 나타나는 초록색 오로라를 볼 수 있으며, 고도 200㎞ 이상에서 나타나는 붉은 색 오로라는 눈으로 보기 쉽지 않다. 광원으로부터 빛의 양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오로라가 발생하는 지역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지자기(지구를 둘러싼 자기장으로 23.5도인 지구 기울기보다 현재 10도 정도 더 기울었음) 북극과 남극을 중심으로 도넛 모양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오로라 타원체라고 부른다. 이 타원체는 대략 지자기 위도 70도를 기준으로 위치와 폭이 끊임없이 변하는데, 태양 활동이 증가할수록 고에너지 입자 유입이 많아져 오로라 활동도 활발해진다. 오로라는 밤에만 나타난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햇빛으로 보이지 않을 뿐 낮에도 나타난다. 다만 낮보다 밤에 오로라 활동이 강하며 특히 자정께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태양 반대편에 있는 지구 자기권 꼬리 부근에 축적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방출되면서 하전입자를 가속해 지구에 유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