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3000만원 싸게 산다 해도…이렇게 불편해서 누가 타겠나"

정부, 올해 수소차 1만5000대 보급 목표…업계 반응은? [이슈+]

수소차 충전소에 늘어선 줄…"수소차만 늘리면 뭐하나요"
소비자·車 업계 "인프라 부족…충전난 가중될 듯"
지난 21일 강원 춘천시 중앙고속도로 춘천휴게소 내에 시범 운영을 시작한 수소충전소 앞으로 충전을 기다리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사진=연합뉴스
# “수소 충전소 가보셨어요? 한 번 충전하려면 대기 시간만 한 시간이 넘습니다. 이렇게 불편해서야 (수소차를) 타겠습니까."

지인의 수소차 충전 경험을 전한 직장인 직장인 이모씨(32)는 수소차 충전 인프라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원도에 사는 사람이 충전하겠다고 수도권까지 온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도로를 누비는 수소차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충전소 구축이 늦어지며 이씨의 지적과 같은 불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충전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S칼텍스가 운영하는 서울 강동구 ‘H강동 수소충전소’에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가 충전을 하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 = 한국경제신문DB
2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환경부는 전날 '2021 보조금 체계 개편안'을 통해 올해 수소차 보급 목표를 전년 대비 49.2% 늘린 1만5185대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 예산을 2393억원에서 3655억원으로 증액하고 보조금 지원도 대폭 늘렸다는 설명이다.

수소차 국고보조금은 2250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은 900만~1500만원 수준이다. 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많은 강원도에서는 국고보조금을 합쳐 최대 375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서울에서도 1100만원이 지원돼 총 3350만원을 보조받는다.

이는 국내에서 유일한 승용 수소차인 현대차 '넥쏘'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6765만원인 넥쏘를 보조금 지원을 최대로 받을 경우 3015만원에도 구매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저렴하면서도 전기차 대비 충전 시간이 짧고 주행거리는 길어 수소차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여기에 자동차세 감면, 고속도로 통행료 반값 등 각종 혜택이 더해진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수소차 등록대수는 2018년 말 893대에서 지난해 말 1만906대로 치솟았다. 2년 사이 10배 넘게 뛰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1671대, 경기 1578대, 울산 1819대, 부산 916대 등이다.
지난 4일 운영을 시작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하늘정원 인근 수소충전소. 사진=뉴스1
그러나 전국 충전소는 44곳에 그친다. 그나마도 고장 등을 이유로 운영이 중단된 충전소를 제외하면 40곳으로 줄어든다. 충전소 1곳이 평균 272대를 감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에는 현재 가용 충전소가 3곳 뿐이기에 단순히 계산해도 557대가 1개 충전소에 몰리게 된다.전기차보다는 짧지만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서는 충전 소요 시간이 길어 이같은 문제는 가중된다. 통상 수소차 1대를 충전하는데는 약 5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주유소처럼 연속 충전은 불가능하다. 1대를 충전한 뒤 최소 10분 이상 수소탱크 압력을 높이고 다시 5분을 충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1대 충전에는 5분이면 충분하지만 2대를 충전하려면 20~30분, 3대를 충전하려면 약 50분 이상 걸리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수소 충전소 54곳을 연내 구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충전소 100곳을 설치한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부지 확보와 1기당 30억원이 넘는 구축 비용 부담에 목표치를 72기로 낮춘 바 있다.

수소 충전소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역주민이 많다는 점도 충전소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 시설 현대화를 마치고 문을 열 예정인 서울 양재 충전소의 경우 일부 지역주민들이 폭발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대해 재개장이 늦춰지기도 했다.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충전소가 목표치만큼 구축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매번 실효성 없는 목표를 대책으로 내세울 게 아니라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