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서 침몰 127대양호 생존 선원 "높은 파도 선박을 덮쳤다"

구명정 띄웠지만 아무도 타지 못해…사고 50여 분 만에 구조
해경 밤샘 수색에도 선장 등 실종자 3명 못 찾아…수색 계속
23일 경남 거제시 갈곶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3명이 실종한 339t급 대형 선망 어선 127대양호는 기상 악화로 인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에 의해 구조된 조기장 김모(41)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고 당시 파도가 높게 치면서 선박 안으로 빠르게 바닷물이 밀어닥쳤다"고 24일 밝혔다.

평소보다 훨씬 높은 파도가 쉴 틈 없이 밀려오면서 선박에도 점점 물이 차올랐다는 것이다.

김씨에 따르면 선원들은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선박에 실린 구명정을 띄워 옮겨타려고 했으나 급박한 상황에 1명도 몸을 싣지 못했다.

해경이 사고 지점을 수색했을 때는 빈 구명정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러다 정말 침몰하겠다' 싶은 순간 혼비백산으로 뛰어내린 선원들은 차가운 바닷속에서 구조를 기다렸다. 김씨가 뛰어들었을 때는 뱃머리는 이미 가라앉고 선미가 공중으로 서기 시작했다.

급박한 상황 곳에서도 선장 김모(67) 씨가 해경 등에 위험을 알려 해경이 구조에 나설 수 있었다.

위험 신고를 접수한 해경이 곧바로 선장에게 연락했지만, 이후 교신이 완전히 끊길 정도로 급박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신고 접수 50여 분 만인 오후 4시 38분께 사고 지점 인근에서 선원 7명을 구했다.

안타깝게도 선장 김씨 등 3명은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해경은 경비정 23척과 항공기 7대 등을 동원해 사고 현장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대양호는 전날 오후 3시 45분께 거제시 남부면 갈곶도 남동쪽 1.1㎞ 해상에서 침수 후 침몰해 승선원 10명 중 7명이 구조되고 선장 등 3명이 실종됐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인명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구조대원의 안전 확보에도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