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누적에 형평성 논란까지…누더기 '거리두기' 개편되나

대한볼링경영자협회,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등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16일 집합금지업종 조정 발표 관련 3대 공동요구사항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1년째 이어지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전면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잦은 '핀셋 규제'로 방역 지침이 복잡해진데다 업종 간 형평성 논란이 반복되면서다. 1년가량 이어진 거리두기로 시민과 자영업자가 느끼는 피로감과 피해가 누적된 만큼 명료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형평성' 논란

거리두기 대책은 매번 ‘형평성’ 논란에 시달렸다. 업종별로 영업 여부, 영업시간, 수용 인원 등이 제각각이다 보니 “왜 우리 업종만 규제하느냐”는 불만이 들끓었다. ‘0.5단계’, ‘+α’ 등 핀셋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형평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한 예로 지난해 11월 정부는 '거리두기 2단계+α'를 발표하면서 실내체육시설 중 ‘격렬한 GX(집단운동)류’ 시설만 따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음악학원에서는 피아노학원의 영업을 허용하고, 관악기·노래 학원은 금지했다. 그러자 동일한 지역·업종에서도 집합금지 여부가 달라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거리두기를 5단계로 개편했지만, 확진자 수가 기준에 충족하면 제때 거리두기를 상향하지 않고 +α 대책을 내놓으면서 형평성 논란이 자꾸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효성·형평성 떨어져" 자영업자 반발

방역 지침에 지친 자영업자들이 연이어 거리로 나서는 사태도 빈번해졌다. 헬스장·노래방 등 영업제한·금지 업종 업주들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방역지침은 실효성과 형평성이 모두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전국당구장대표자연합회 자영업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영업제한 해제 및 공평한 정부지원금 촉구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장석창 대한볼링경영자협회장은 “볼링장은 대부분 대형 평수여서 임대료가 많게는 7000만원에 달하는데, 같은 실내체육시설이라는 이유로 영업제한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23일에는 파티룸 등 공간대여업 업주들이 모인 전국공간대여협회도 민주당사 앞에서 “회사 미팅이나 사진 촬영, 스터디 모임 등 여러 활동을 하는 시설을 일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거리두기 개편을 약속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주 “일률적인 집합금지 조치보다 활동이나 행위를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의 모습. 뉴스1

전문가 "방역지침, 보다 세밀하게 개편해야"

전문가들은 업종별 특성과 감염 위험성을 분석해 보다 섬세한 방역수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평균 확진자 수라는 단편적인 기준이 아니라 시설별로 위험도를 평가해 세밀한 방역 지침을 적용해야 한다”며 "+α 대책보다 거리두기를 10단계 등으로 세밀하게 나누는 것이 방역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정 교수는 “‘오후 9시 이후 영업 중단’ 같은 영업 시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테이블 띄우기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을 잘 지키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정 업종의 운영을 모두 중단하기보다 가급적 방역 여건을 잘 갖춰 운영하게 해주고, 여건이 미비한 곳은 자금을 지원해서 예방이 가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