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자전거를 넘어 콘텐츠로 질주하는 '운동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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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백악관 입성을 위해 이삿짐을 싸면서 가져가지 못한 게 있다. 홈 트레이닝 업체 ‘펠로톤’의 실내 자전거다. 이 자전거엔 사용자들끼리 소통 가능한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장된 터치스크린이 부착됐는데 백악관 측에서 보안 우려로 제지했다.
'나스닥의 신데렐라' 존 폴리 펠로톤 CEO
22인치 스크린에 뜬 홈트강사
더 이상 고독하지 않은 페달밟기
집에서도 헬스클럽처럼 달린다
코로나 이후 주가 10배 '급등'
"넷플릭스가 우리의 경쟁사"
펠로톤은 백악관 입성에 실패했지만 미국 국민에게 ‘바이든의 운동기구’로 각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홈 트레이닝 대표주로 회사 주가가 치솟는 중에 더 큰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펠로톤 주가는 코로나19 이전보다 10배 넘게 폭등해 ‘나스닥의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존 폴리 최고경영자(CEO)는 인기가 얼떨떨하다고 했다. 2012년 창업 후 몇 년간 투자자들로부터 수십 번 거절당했다. 서비스를 설명하면 ‘뭐 그런 게 있냐’는 냉소가 돌아오기 일쑤였다.
‘함께 운동하는 기분’ 나도록 설계
펠로톤의 지난 1분기 매출은 7억5790만달러로 전년 동기(2억2800만달러)보다 세 배 이상 급증했다. 매달 39달러를 내는 유료 회원 수는 133만 명으로 전년 동기(56만 명)보다 곱절로 늘었다. 회사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해 2분기부터다. 폴리 CEO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홈트레이닝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제품과 서비스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자전거에 갤럭시탭을 연상시키는 22인치 고화질 터치스크린이 달려 있다. 운동기구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실시간 제공되는 강의를 보면서 따라 하는 신개념 플랫폼이다. 자전거 가격은 2500달러 선이며, 구독료는 월 12.99~39달러다.여기에 실시간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서비스를 차별화했다. 매일 20여 개 운동 강의를 라이브로 송출하면서 사용자가 밟는 자전거 페달의 회전수와 속도, 거리가 강사에게 바로 전달된다. 강사는 회원들의 이름을 외치며 분위기를 띄운다. 라이브 방송이라 강사와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해 동기 부여도 된다는 게 사용자들의 반응이다. 같은 수업을 자주 듣는 사람들끼리 연결하는 커뮤니티 기능이 있어 집에서도 ‘함께 운동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뉴욕타임스는 “화려한 뉴욕 헬스클럽의 단체운동을 재현했다”고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콘텐츠 사활…“경쟁 상대는 넷플릭스”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강사를 뽑고, 리허설도 여러 차례 한다. 남성 잡지 맨스헬스는 “전문 인력들이 2810㎡ 규모 대형 스튜디오에서 카메라와 조명, 음향 등 고급 장비를 갖추고 수업을 생중계한다”며 “촬영장이 할리우드를 방불케 할 정도”라고 전했다. 2018년 음악유통회사 뉴로틱미디어를, 최근 운동장비업체 프리코를 인수했다.폴리 CEO는 조지아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땄다. 제과기업 마즈의 공장 엔지니어로 일했고, 서점업체 반스앤드노블에서 전자상거래 부문 부사장을 지내며 콘텐츠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운동광인 그는 소울사이클 회원이었다. 소울사이클은 클럽 같은 분위기에서 강사가 사람들의 흥을 돋우며 운동하는 헬스장이다. 하지만 맞벌이라 두 아이의 육아 때문에 운동하러 나가는 게 여의치 않자 ‘소울사이클을 집으로 가져오자’는 생각에 2012년 펠로톤을 창업했다. 신개념 자전거를 만드는 데 1년 걸렸고 2013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사명 펠로톤은 프랑스어로 ‘자전거 경기에서 함께 달리는 무리’를 뜻한다.
혜성처럼 떠오른 펠로톤이 계속 승승장구할지 의견은 분분하다. UBS는 “주가가 성장 잠재력을 훨씬 뛰어넘었다”며 투자 의견을 매도로 바꿨다. 폴리 CEO는 “펠로톤은 피트니스 테크 업체가 아니라 미디어 회사로 우리의 경쟁 상대는 넷플릭스”라며 “해외 공략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