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절벽에 코로나 한파까지…재수학원 '한숨'

1월 모집인원 작년 대비 70%
학생들, 방역 우려에 '독학재수'
중소·지방 학원 어려움 클 듯

정시 확대에 재수생 강세 전망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한 수험생이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여파가 재수학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뜩이나 학생 수가 줄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까지 겹쳐 정원을 크게 줄이는 학원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대입 정시 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학령인구 줄면서 재수학원도 타격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재수생 정규반 모집을 시작한 서울 지역 재수종합학원들은 수업 인원 조정 및 운영 방식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학원 내 10인 이상 대면수업을 일부 허용했지만, 8㎡당 1인 또는 두 칸씩 띄어 앉기 등의 제한 탓에 직접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인원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 있는 유명 A학원은 예년 대비 정규반 모집 인원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개 반에 60명가량 수용하던 기존 방식 대신 ‘소수정예’로 학생 관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B학원은 현장 강의 인원은 줄이되 온라인 수업과 현장 강의를 섞은 혼합형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A학원 관계자는 “원격수업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온라인으로 1개 반 인원을 모두 관리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최상위권 관리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B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난해 학사 일정이 연기된 데다,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원생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업계에선 대입에 나서는 학령인구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1월 주요 재수학원 선행반 모집 현황을 보니 대부분 작년 대비 70% 정도밖에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수도권 중소형 학원이나 지방 대형 학원들은 원생 모집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상위 재수생 중 일부는 방역 문제 등으로 관리형 고시원에만 등록하고 ‘독학재수’를 택하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정시 40% 확대, 최상위 재수생 유리

교육 전문가들은 재수학원들의 정원 모집 미달과는 별개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재수생 강세를 점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의 정시 비중 확대, 약학대학 학부생 선발 재개 등으로 ‘코로나 수능’에서 재수를 결심한 학생 비중은 전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수도권 16개 대학들의 정시 선발 비중이 30~40%까지 확대된다. 모집 인원만 놓고 보면 정시는 8만4175명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4000명 이상 늘어난다. 통상적으로 재수생들이 고3보다 수능에서 강세를 보이는 만큼 최상위권 학과는 재수생 강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EBS와 수능 간 연계율도 2022학년도 수능에선 기존 70%에서 50% 선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상위권 재수생에게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14년 만에 재개되는 약학대학 학부생 선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2학년도부터 전국 37개 약대 중 32곳이 6년제 학부제로 총 1578명을 선발한다. 기존 약학전문대학원 체제(2+4년제)는 타과에서 2년 재학한 학생이 약전원으로 편입학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내년 의대·치대·한의대·약대 선발 인원은 5906명으로 늘었다. 2021학년도 수능 수학 가형 응시자(13만9429명)의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체 수능 응시자 중 재수생 비중도 올해 30%에 육박해 역대 최고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수능 지원자 중 졸업생 비중은 2014학년도 19.6%에서 2021학년도엔 27.0%까지 상승했다.이 소장은 “올해 수능에선 국어와 수학에서 선택과목제가 도입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교사추천서가 사라지는 등 수시·정시 모두에서 변화가 클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