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IT 인사이드] LG전자는 끝까지 '반전'을 꿈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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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IT과학부 기자
꼭 10년 전인 2011년 벽두, 정보기술(IT)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카카오의 ‘파죽지세’였다. 지금이야 대다수 통신요금 상품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제공하지만 당시만 해도 건당 30원씩 돈을 내야 했다. 반면 카카오톡은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만 했다면 아무 제약 없이 마음껏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카카오톡을 쓰기 위해 스마트폰을 샀다는 사람이 줄을 잇던 시절이다.이동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의 급부상으로 피해를 봤다. ‘화수분’ 같았던 문자메시지 매출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이 대표적이다.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PC용 메신저 1위인 네이트온을 갖고 있었다. KT와 LG유플러스 두 회사도 문자메시지를 전면 무료화하고 모바일 메신저를 내놨더라면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답' 알고도 문자 못 버린 통신사
통신사들은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카카오에 자리를 내줬다. 앞서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관문’의 자리를 차지한 것도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가 아니라 네이버와 다음이었다. 쇼핑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시장이 바뀌면서 옥션, 지마켓 등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쿠팡, 마켓컬리 등 또 다른 기업들이 떠올랐다.
LG전자의 고뇌, 선택, 그 결말은
지난 10여 년 동안 나온 혁신적인 서비스의 원동력은 스마트폰이었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은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기존 휴대폰 업체가 아니라 애플이었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많은 휴대폰 업체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대다수는 실패했다.삼성전자라는 ‘예외 사례’를 제외한 나머지 휴대폰 회사들은 하나씩 사라져갔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로 넘어간 데 이어 폭스콘에 인수됐고, 모토로라는 구글을 거쳐 레노버 자회사로 자리를 옮겨 명맥을 잇고 있다. 국내 휴대폰 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2011년 SK텔레시스, 2012년 KT테크가 사업을 접었다. 팬택도 고전 끝에 2015년 통신장비업체 쏠리드에 팔렸고 2017년 완전히 철수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일 LG전자가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초기 피처폰을 강화하고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모바일을 택하는 등 오판을 거듭했다. 한 LG전자 관계자는 “빨리 스마트폰으로 가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지만 경영진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대신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LG전자는 2009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0%로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차지했지만 스마트폰 시대 들어선 10년 가까이 1~3% 점유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LG전자가 오판하지 않았더라면 결과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얼마 전 CES 2021에서 영상만 공개한 롤러블폰을 보고 든 부질없는 생각이다.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