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사업 접었다"…흔들리는 中企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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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무너지는 제조업 생태계인천 경서동 인천서부지방산업단지에 있던 50년 업력의 주물업체 C사는 이달 초 사업을 접었다. 건설중장비 등 산업기계 부품을 생산하며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우수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회사다. 이 회사 김모 사장은 문을 닫은 이유를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코로나 악재에 정부 겹규제
공장·기계설비 매물 '산더미'
中企 일시 휴직자 8배 급증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문량이 절반 이상 급감한 데다 주원료인 고철 가격은 1년 새 약 50% 올랐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300인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 발생 시 기업인을 1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중대재해법까지 도입되자 폐업을 결정했다. 그는 “평생을 일군 기업이어서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나가려고 해봤지만, 이중삼중 규제까지 늘어나는 상황에 손을 들었다”고 했다.국내총생산(GDP)의 29.3%를 차지하는 제조업이 밑바닥부터 무너져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각종 노동·환경 규제가 겹치는 등 겹악재에 시달리면서다.
산업단지 가동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구와 구미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은 각각 53%, 61%에 그쳤다.
전국 산업단지에선 공장과 설비를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국 1200여 개 산업단지의 공장 처분 건수는 2019년 1484건에서 지난해 1773건으로 19.4% 늘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중고 기계설비 거래 사이트에는 작년 한 해 휴·폐업으로 공작·가공·금형기계 등 설비 매물 636건이 쏟아져 나왔다. 전년(429건)보다 48.3% 늘어난 수치다. 이 사이트가 개설된 2013년 이후 최대치였다.중소제조업 취업자가 급감하는 등 ‘제조업 공동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12월 말 351만2000명으로 1년 새 11만9000명 줄었다. 사업 부진, 조업 중단으로 인한 중소기업 일시 휴직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35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4만2000명) 대비 8.3배로 급증했다.
이정선/안대규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