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과감히 정리"…KT, 19년 만에 통신자회사 첫 매각

'통신' 간판 버린 구현모…기업 체질 개선하는 KT
금융·미디어·콘텐츠 사업 강화…계열사간 시너지 기대
광화문 KT 사옥. 사진=한경DB
'탈통신'을 선언한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통신' 간판 버린 구현모…기업 체질 개선하는 KT

25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용 무선통신 계열사 KT파워텔을 디지털 보안장비 제조업체 아이디스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아이디스홀딩스도 지난 22일 종속회사인 아이디스가 KT파워텔의 주식 777만1418주를 406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후 소유 지분은 44.85%로, KT가 보유한 지분 전량이다.KT파워텔 매각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첫 통신자회사를 판 사례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해 취임 이후 꾸준히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자회사 KTH와 KT엠하우스를 합병해 커머스 전문 기업을 내놓고, 11월에는 새로운 기업간 거래(B2B) 브랜드 'KT엔터프라이즈'를 출시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구 대표는 올 초 신년사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혁신의 돌파구를 만드는 선도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며 "통신 사업자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당당하고 단단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KT 임직원들 사이에선 최근 KT파워텔 매각을 놓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민영화 이후 그간 구조 개편에서 본업인 통신 사업이 포함됐던 적이 없어서다. KT파워텔은 최근 무전통신 서비스 수요가 감소하며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2010년 1270억원이던 연매출은 2019년 627억원으로 급락했다.

금융·미디어·콘텐츠 사업 강화…계열사간 시너지 기대

KT는 KT파워텔 매각을 계기로 신규 재원을 확보하고 금융, 미디어·콘텐츠 등 성장 사업 중심의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신규 설립 예정인 콘텐츠 제작사는 기획·제작·유통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는 이미 콘텐츠 관련 회사로 음원 공급사 '지니뮤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 웹소설‧웹툰 기반 콘텐트 자회사 '스토리위즈', 엔터테인먼트 채널 운영사 '스카이티브이(skyTV)' 등을 보유하고 있다.인수 절차를 진행 중인 케이블방송 '현대HCN'까지 손에 쥐게 되면 KT는 유료 방송 시장 1위 사업자로 직접 콘텐츠 제작·공급·유통까지 가능하게 돼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전자금융 솔루션 업체 웹케시의 지분 인수와 유선전화 사업 철수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현재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역량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