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알박기' 고위직 바이든 정부 곳곳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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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직→임명직 공무원 전직해 임기 보장 '땅굴파기'
바이든 정부 '트럼프 지우기' 드라이브에 걸림돌될 수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주 새로 출범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막판 '알박기'식으로 임명한 고위직이 연방 정부 곳곳에 여전히 포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지우기'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들 '알박기' 인사가 정무직이 아닌 임명직 공무원의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는 터라 새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측근이나 소속당 인사를 챙겨주기 위해 차기 정부의 임명직에 심는 것을 땅굴파기라는 뜻의 '버로'(burrow)라고 부른다.
정파성이 뚜렷하고 해고가 쉬운 정무직과 달리 정파성이 없는 이들 임명직은 임기가 보장된 공무원으로 차기 대통령이 쉽게 해고할 수도 없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나흘 전인 16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수석 법률 고문역에 임명된 마이클 엘리스를 '버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엘리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데빈 누네스(공화) 하원의원의 수석 보좌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또한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벤 카슨의 측근 마이클 브라운이 최근 에너지부 리야드 주재 대표로 임명됐고, 전 정부의 에너지부에서 국제업무 보좌관이었던 카일 니컬러스도 브뤼셀로 발령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처음 서명한 행정명령이 파리기후협약 복귀였을 만큼 에너지부는 미국의 정권 교체와 함께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지만 이 부서에 트럼프 전 정부 인사가 '땅굴'을 파고 자리 잡은 셈이다.
WP는 에너지부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전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노동, 보건, 소비자보호, 대외 미디어 분야 곳곳에 이런 알박기 인사가 산재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를 떠나지 않은 이들 친(親)트럼프 인사는 대중 인지도가 떨어져 정치적으로 주목되지도 않아 새 정부가 이들을 솎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WP는 전망했다. 이들은 정무직에서 직업 공무원이 되면서 정권 교체 시기에 실직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연봉도 1만 달러(약 1천100만원) 정도 오르는 금전적 이득도 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직전 대통령의 막판 알박기 인사는 이전에도 늘 있는 일이었지만 그 규모 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많았다.
WP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29명을 정무직에서 임명직으로 옮겼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0월까지 26명을 인사이동했고 11월 현재 9명이 인사 검증 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임기가 끝난 올해 1월20일까지 기간을 고려하면 '버로우 인사'는 더 많아질 수 있다.
미 연방인사관리처(OPM)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임명직 공무원으로 전직을 요청한 인사 중 14명을 탈락시켰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해 10명보다 많다.
이 신문은 "정치권 인사를 공무원으로 전직하는 인사는 OPM이 인사 발령 이후 5년간 조사한다"라며 "과거 일부 인사가 전직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공무원 임명법을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미 하원 정무위원장 제럴드 콘놀리(민주당) 의원은 알박기 인사에 대해 "정부를 불신하고 연방 기관을 '딥 스테이트'(국가 정책·정치를 왜곡하려 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음모론 중 하나)라고 부르는 무리가 이제와 정부를 위해 일한다고 하는 건 엄청나게 역설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알박기 인사를 퇴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 9월까지 임기인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에게 새로운 코로나19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또 마이클 팩 미 글로벌미디어국(USAGM) 대표를 비롯해 이 기관 산하의 미국의소리(VOA) 방송 경영진, 쿠바방송국(OCB) 사장도 사퇴시켰다.
반 노동적 인사로 꼽히는 피터 롭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법무 총괄은 임기를 10개월 남긴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관철했다.
WP는 "롭을 퇴출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임기 정도는 보장해주는 선례와 단절했다"라고 해설했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앤드루 사울 사회보장국(SSA) 국장은 여러 차장 자리를 친 민주당 인사로 교체하면서 2025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연합뉴스
바이든 정부 '트럼프 지우기' 드라이브에 걸림돌될 수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주 새로 출범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막판 '알박기'식으로 임명한 고위직이 연방 정부 곳곳에 여전히 포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지우기'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들 '알박기' 인사가 정무직이 아닌 임명직 공무원의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는 터라 새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측근이나 소속당 인사를 챙겨주기 위해 차기 정부의 임명직에 심는 것을 땅굴파기라는 뜻의 '버로'(burrow)라고 부른다.
정파성이 뚜렷하고 해고가 쉬운 정무직과 달리 정파성이 없는 이들 임명직은 임기가 보장된 공무원으로 차기 대통령이 쉽게 해고할 수도 없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나흘 전인 16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수석 법률 고문역에 임명된 마이클 엘리스를 '버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엘리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데빈 누네스(공화) 하원의원의 수석 보좌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또한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벤 카슨의 측근 마이클 브라운이 최근 에너지부 리야드 주재 대표로 임명됐고, 전 정부의 에너지부에서 국제업무 보좌관이었던 카일 니컬러스도 브뤼셀로 발령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처음 서명한 행정명령이 파리기후협약 복귀였을 만큼 에너지부는 미국의 정권 교체와 함께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지만 이 부서에 트럼프 전 정부 인사가 '땅굴'을 파고 자리 잡은 셈이다.
WP는 에너지부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전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노동, 보건, 소비자보호, 대외 미디어 분야 곳곳에 이런 알박기 인사가 산재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를 떠나지 않은 이들 친(親)트럼프 인사는 대중 인지도가 떨어져 정치적으로 주목되지도 않아 새 정부가 이들을 솎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WP는 전망했다. 이들은 정무직에서 직업 공무원이 되면서 정권 교체 시기에 실직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연봉도 1만 달러(약 1천100만원) 정도 오르는 금전적 이득도 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직전 대통령의 막판 알박기 인사는 이전에도 늘 있는 일이었지만 그 규모 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많았다.
WP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29명을 정무직에서 임명직으로 옮겼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0월까지 26명을 인사이동했고 11월 현재 9명이 인사 검증 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임기가 끝난 올해 1월20일까지 기간을 고려하면 '버로우 인사'는 더 많아질 수 있다.
미 연방인사관리처(OPM)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임명직 공무원으로 전직을 요청한 인사 중 14명을 탈락시켰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해 10명보다 많다.
이 신문은 "정치권 인사를 공무원으로 전직하는 인사는 OPM이 인사 발령 이후 5년간 조사한다"라며 "과거 일부 인사가 전직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공무원 임명법을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미 하원 정무위원장 제럴드 콘놀리(민주당) 의원은 알박기 인사에 대해 "정부를 불신하고 연방 기관을 '딥 스테이트'(국가 정책·정치를 왜곡하려 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음모론 중 하나)라고 부르는 무리가 이제와 정부를 위해 일한다고 하는 건 엄청나게 역설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알박기 인사를 퇴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 9월까지 임기인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에게 새로운 코로나19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또 마이클 팩 미 글로벌미디어국(USAGM) 대표를 비롯해 이 기관 산하의 미국의소리(VOA) 방송 경영진, 쿠바방송국(OCB) 사장도 사퇴시켰다.
반 노동적 인사로 꼽히는 피터 롭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법무 총괄은 임기를 10개월 남긴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관철했다.
WP는 "롭을 퇴출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임기 정도는 보장해주는 선례와 단절했다"라고 해설했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앤드루 사울 사회보장국(SSA) 국장은 여러 차장 자리를 친 민주당 인사로 교체하면서 2025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