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추가 성추행 피해자 없어…피해자 뜻 따라 고소 않을 것"

정의당, 김종철 대표 형사고소는 하지 않기로
"솜방망이 처벌 아냐…당에서 중징계할 것"
"당시 김종철 음주여부는 사건 본질과 관련 없어"
가해사실 인정하고 빠른 징계한 정의당 대응엔 호평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왼쪽)와 정호진 수석대변인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 중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성추행 사건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사진=뉴스1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에 대한 성추행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했다. 원내 정당 대표가 자당 여성 의원을 성추행해 자진 사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의당은 피해자(장혜영 의원) 뜻에 따라 김종철 대표를 형사고소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당내에 성추행 피해자가 더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이나 정의당이 김종철 대표에 대한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것이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피해자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당 대표직에서 즉각 직위해제하고 정의당 당기위원회에 제소함으로써 엄중한 징계를 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앞서 입장문을 통해 "함께 젠더폭력 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면서도 "가해자(김종철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조금 달랐다. 가해자는 저에게 피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저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지만, 제가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나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저를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에 저는 분노하기보다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정의당 발표에 따르면 김종철 대표는 이달 15일 저녁 여의도에서 장혜영 의원과 당무상 면담을 위해 식사자리를 가졌다. 김종철 대표는 식사 자리를 마치고 나와 차량을 대기하던 중, 동의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 배복주 부대표는 당시 김종철 대표가 만취 상태였느냐는 질문에는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다. 남성들이 성추행하는 게 술에 취해 실수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관련해 최초 양측 이견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있은 후 김종철 대표가 즉각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1월15일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지난 18일 배복주 부대표에게 문제제기 했다. 정의당은 이후 수차례 피해자, 가해자와 면담하고 조사를 진행한 후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배복주 부대표는 "정의당은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이 사안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또한 향후 2차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며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과 같은 2차 피해 발생시 그 누구라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징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사진=뉴스1
다만 정의당 대응이 더불어민주당보다는 훨씬 훌륭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전임 서울시장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라니 참담하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대하는 정의당의 태도와 대응 과정만큼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당 대표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피할 수 없었으며, 신속하게 엄중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역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오신환 전 의원도 "정의당이 당내 성추행 혐의로 김종철 대표를 직위해제하는 결단을 내렸다"며 "가해자는 당 대표고 피해자는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당이 겪게 될 혼란과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원칙을 택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호소인' 운운하며 은폐·축소에 급급하고 가해자에게 피소 사실을 알리고, 거짓말과 함께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무공천 약속을 뒤집으며 당 전체가 2차 가해를 가한 민주당과 비교되는 대목"이라면서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백 배, 천 배 건강한 것이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원칙을 지키면서 정도를 가게 되면 결국 혼란은 수습되고 상처는 아물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