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티지랩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환자 편의 높여줄 것"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남성형 탈모 치료제 공동개발 중
이르면 올 연말 상장 계획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1~3개월에 한 번 주사 맞는 것으로 대체하는 플랫폼 기술이 인벤티지랩의 강점입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사진)는 “인벤티지랩의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벤티지랩은 대웅제약, 위더스제약과 손잡고 탈모 치료제인 피나스테라이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인벤티지랩은 씨젠, 한국슈넬제약, 비씨월드제약 등을 거친 김 대표가 2015년 창업했다. 핵심 기술인 ‘IVL-PPFM’은 50㎛ 크기의 초소형 구체(마이크로스피어)에 약물을 담는 기술이다.

마이크로스피어를 활용한 약물 전달 방식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주사제를 통해 몸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스피어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갑자기 한꺼번에 약효가 방출되는 버스트 현상이 나오곤 했다. 인벤티지랩은 유체역학과 반도체 생산기술을 적용해 마이크로스피어의 크기를 일정하게 생산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최근 인벤티지랩과 남성형 탈모 치료제 개발 계약을 맺은 대웅제약은 펩트론의 마이크로스피어 기술로 전립선암 치료제를 판매한 경험이 있다.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벤티지랩과의 공동 개발은 물론 전략적투자자(SI)로도 참여했다.피나스테라이드는 탈모 방지 효능이 입증된 약물이지만 매일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를 1~3개월에 한 번 주사를 맞는 방식으로 바꾸면 편의성이 좋아진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경험이 있는 대웅제약과의 협업은 인벤티지랩의 기술력을 확인받은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인벤티지랩은 지난 2일 노터스와 장기지속형 심장사상충 예방 주사제의 국내 판권 계약을 맺었다. 한 번 주사로 3개월 동안 심장사상충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이는 제품으로 지난해 8월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관련 매출은 올해부터 본격 발생할 것으로 김 대표는 기대했다. 그는 “벤처회사가 개발, 임상, 허가, 생산, 기업 간 거래(B2B) 경험을 모두 갖추기 쉽지 않은 만큼 심장사상충 개발과 판권 계약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인벤티지랩은 미국과 유럽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약물 중독 및 알코올 의존증 치료제와 반려동물용 화학적 거세제다. 미국에선 진통제 오남용으로 인한 약물 중독이 국가적 문제로 꼽힌다. 미국에선 약물 중독 치료제로 날트렉손이 흔히 사용된다. 이를 알커머스가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한 것이 비비트롤이다. 인벤티지랩은 보건복지부 연구개발(R&D) 지원사업 선정을 발판 삼아 비비트롤보다 우수하고 안정적인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전립선암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동물용 화학적 거세제 연구도 이뤄졌다. 외국은 반려동물을 수술적 방법으로 거세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주사형 거세제 수요가 있다. 12개월 단위 화학적 거세제 후보물질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약 2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인벤티지랩은 올 연말 또는 2022년 초 상장할 계획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