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에 '침묵' 서지현, 김종철 성추행 터진 날엔 "성폭력 만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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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서지현 검사가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을 저질러 대표직에서 물러난 25일에는 입을 열었다.
서지현 검사는 현직 검사 신분으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상징적 인물이다. 다만 서지현 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정의당이 아니라 미투 3년간의 소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혜영 의원이 김종철 대표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을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어제 오늘의 뉴스들"이라는 문구를 적은 뒤 "매번 성폭력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쿵하고 떨어지던 심장이 결국 어질어질해진다.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라고 한탄했다.
이어 "'더이상 성폭력이 만연하지 않는다' 하기엔 여전히 관공서, 정당, 사무실, 거리, 음식점, 장례식장, 하물며 피해자 집안에서까지 성폭력이 넘쳐난다"며 "'더이상 여성들은 성폭력을 참고 있지 않는다' 하기엔, 여전히 많은 여성이 차마 입을 열지도 못하고 있고 '더이상 이 사회가 가해자를 옹호하지 않는다' 하기엔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음해와 살인적 가해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서지현 검사는 자신의 미투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에서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했음에도 가해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며 "검찰은 어떠한 징계도 하지 않고 있고, 동일하게 민사 소멸시효도 끝나간다"고 토로했다.
그는 "조직적으로 가열찬 음해를 했던 검찰 노력의 성공으로 정치권과 언론은 여전히 나를 '정신병자', '미친 X'로 알고, '정치하려고 한 일', '인사 잘 받으려고 한 일'로 치부한다"며 "어떤 날은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아프고 절망스럽게 느껴져 엉엉 울어보기도 한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남의 일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제발 피해자들 좀 그만 괴롭혀라"라면서 2차 가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서지현 검사는 박원순 전 시장 관련한 입장을 강요받자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페이스북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7월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황장애가 도져 한마디도 어렵다.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있겠다"고 했다.
이어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 애통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며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한 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그러면서 "정치인도 국가기관도 아닌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온갖 욕설과 여전한 음해나 협박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계속 중인 저 자신의 송사조차 제대로 대응할 시간적 정신적 능력마저 부족함에도, 억울함을 도와 달라 개인적으로 도착하는 메시지들은 대부분 능력 밖에 있었다"고 했다.
당시 그는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누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 모두는 경험과 인식이 다르다. 극단적인 양극의 혐오 외에 각자의 견해는 존중한다. 모두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도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고 전했다.
서지현 검사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사퇴를 밝혔을 당시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어 그는 "N번방이나 W2V 같은 조직적 성폭력 외에 넘쳐나는 다른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아 온 것은 첫째, 대부분의 사건의 내막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금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 공무원 신분으로 논란이 될 일은 되도록 피하기 위함이고, 셋째는, 너무나 괴롭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나에게는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을 마주 대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치유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이는 여전히 아직도 '내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서지현 검사는 현직 검사 신분으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상징적 인물이다. 다만 서지현 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정의당이 아니라 미투 3년간의 소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폭력 넘쳐나…사회 변한 것 없다"
서지현 검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1월29일 벌써 3년 전이다. 1월만 되면 이유 없이 심장이 떨려온다"며 당시를 떠올렸다.그러면서 장혜영 의원이 김종철 대표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을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어제 오늘의 뉴스들"이라는 문구를 적은 뒤 "매번 성폭력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쿵하고 떨어지던 심장이 결국 어질어질해진다.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라고 한탄했다.
이어 "'더이상 성폭력이 만연하지 않는다' 하기엔 여전히 관공서, 정당, 사무실, 거리, 음식점, 장례식장, 하물며 피해자 집안에서까지 성폭력이 넘쳐난다"며 "'더이상 여성들은 성폭력을 참고 있지 않는다' 하기엔, 여전히 많은 여성이 차마 입을 열지도 못하고 있고 '더이상 이 사회가 가해자를 옹호하지 않는다' 하기엔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음해와 살인적 가해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서지현 검사는 자신의 미투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에서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했음에도 가해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며 "검찰은 어떠한 징계도 하지 않고 있고, 동일하게 민사 소멸시효도 끝나간다"고 토로했다.
그는 "조직적으로 가열찬 음해를 했던 검찰 노력의 성공으로 정치권과 언론은 여전히 나를 '정신병자', '미친 X'로 알고, '정치하려고 한 일', '인사 잘 받으려고 한 일'로 치부한다"며 "어떤 날은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아프고 절망스럽게 느껴져 엉엉 울어보기도 한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남의 일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제발 피해자들 좀 그만 괴롭혀라"라면서 2차 가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박원순 관련 입장은 밝히기 어려워"
서지현 검사가 정치권 인사의 성추행 논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다소 이례적이란 평가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일었던 당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었다.당시 서지현 검사는 박원순 전 시장 관련한 입장을 강요받자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페이스북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7월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황장애가 도져 한마디도 어렵다.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있겠다"고 했다.
이어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 애통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며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한 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그러면서 "정치인도 국가기관도 아닌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온갖 욕설과 여전한 음해나 협박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계속 중인 저 자신의 송사조차 제대로 대응할 시간적 정신적 능력마저 부족함에도, 억울함을 도와 달라 개인적으로 도착하는 메시지들은 대부분 능력 밖에 있었다"고 했다.
당시 그는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누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 모두는 경험과 인식이 다르다. 극단적인 양극의 혐오 외에 각자의 견해는 존중한다. 모두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도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고 전했다.
서지현 검사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사퇴를 밝혔을 당시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롱 글 달리겠지…침묵, 내막 알지 못했기 때문"
서지현 검사 자신도 이같은 논란을 예상한 듯 전날 남긴 글에 "이 글에 '박 시장 때는 가만히 있더니'라는 조롱 글이나 달리겠지"라는 문구를 적기도 했다.이어 그는 "N번방이나 W2V 같은 조직적 성폭력 외에 넘쳐나는 다른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아 온 것은 첫째, 대부분의 사건의 내막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금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 공무원 신분으로 논란이 될 일은 되도록 피하기 위함이고, 셋째는, 너무나 괴롭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나에게는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을 마주 대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치유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이는 여전히 아직도 '내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