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인력 제때 뽑겠다" 수시채용 확산...취준생 "채용감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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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리는 대졸 공채...수시채용 확산]"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공채로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합한 인재를 뽑을 수 없어 그때 그때 필요한 인재를 현업에서 뽑기 위해 수시채용을 도입하게 됐다."
현대차,LG,KT 이어 SK도 내년부터 100% 수시채용
적성검사 없애고 채용 간소화, 채용인턴으로 보완
"공채폐지로 비빌 언덕 사라졌다" 취업준비생 허탈
'일자리 생태계 무너질것"...삼성은 "공채 유지할 것"
내년부터 대졸 신입 공개채용을 완전히 폐지하기로 한 SK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사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처럼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환경에 기존의 공채방식으로는 기업의 인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2019년 수시채용을 선언한 SK는 구직자들의 혼란을 막기위해 지난해는 전체 채용규모의 70%를 공채로 뽑았지만 올해는 그 비율을 50%로 낮출 계획이다. 내년에는 100% 수시채용만으로 신입직원을 뽑는다. 이미 대졸공채를 없앤 기업은 현대자동차, LG, KT, 현대중공업,한화,GS 등이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기업들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채폐지에 대학과 취업준비생들은 "채용규모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공채없애고 채용형 인턴 도입 잇따라
기업들이 앞다퉈 수시채용을 도입하려는 것은 4차 산업혁명 등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적합한 인재를 제때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수소차, 자율주행차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시시각각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느냐는 생존의 문제"라며 "9월 공채까지 기다렸다가는 경쟁사에 인력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고 수시채용 전환 이유를 밝혔다. 초불확실성의 시대 채용도 민첩함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민첩함으로 대표되는 애자일(agile)문화는 채용에 가장 먼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공채를 없앤 기업들은 채용절차를 간소화 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고시'라 불리는 적성검사(HMAT)를 채용전형에서 없앴다. 대신 지원자의 윤리의식을 평가하는 인성검사와 심층면접을 강화했다. LG는 적성검사 과목을 2개로 줄였다. 구직자들의 시험공부 부담을 줄인 것이다.채용형 인턴은 공채를 보완하는 방법이다. 현대차, LG, KT는 정규직 전환율을 높인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 LG관계자는 "신입사원의 70%를 인턴십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LG는 지원자들이 희망 직무를 경험해 자신의 직무 적합성을 확인하면 조기퇴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는 인턴십 이외 산학협력, 공모전 등을 통해서도 신입사원을 선발중이다.
"신입 채용문 더 좁아질것"불안한 구직자
기업들은 "수시채용으로 인한 채용규모 축소는 없다"고 말하지만 구직자들은 불안하다. 대학가는 '비빌 언덕이 사라졌다'는 반응이다. 대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채용규모를 축소할 것이란 생각때문이다. 게다가 중견·중소기업에서 인맥과 경력을 쌓은 이들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해야 하는 취준생보다 수시채용에 유리할 수 있어서다. 이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은 "공채가 없어지면 전체적인 채용규모가 줄어드는데다, 기업들은 검증된 인력을 뽑으려해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수시채용으로 중소기업 우수인재들의 '대기업 탈출'이 이어져 중소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 인사팀장 출신의 이근면 전 초대 인사혁신처장은 "그동안 대기업들의 사회공헌은 신입사원 공채를 통한 육성이었다"면서 "대졸공채가 사라지면 자칫 국가 인재 양성 생태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수시채용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졸업을 앞둔 박지우씨는 "1월부터 채용중인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며 "수시채용은 여러기업에 지원할 기회"라고 했다.수시채용이 확산되지만 삼성,롯데,포스코,신세계,CJ 등은 지난해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았다. 수시채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삼성 관계자는 "대졸 공채 폐지를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수시채용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사이트 인크루트가 올 초 기업 705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공채를 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2년전보다 20%P나 줄었지만, 응답기업의 절반은 수시채용을 하겠다고 답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