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자, 대부분 20대 취약층…"처벌 강화 능사 아니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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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보의 딥데이터 32]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논의 중인 가운데, 사전 방지책 확립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동학대 사망사례 및 학대행위자 분석
1세 미만 아동학대 사망자 40% 안팎
학대행위자 대부분 20대 무직 '취약계층'
현재 아동보호 논의는 사후 처벌 강화 방점
컨트롤타워 부재…교육·산모지원 개선해야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 대부분이 신생아·영아로 나타나면서 원치 않은 임신, 산후 조리나 육아에 미비한 사회경제적 환경 등이 학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아동 학대 행위자 대부분이 20대 무직자로, 형사 처벌 인지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으로 파악된다.이에 전문가들은 또다른 정인이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체계, 산모 지원 개선부터 아동보호 컨트롤타워 확립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시스템 수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1세 미만 아동학대 사망자 40% 안팎
27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피해 아동 40% 안팎이 1세 미만이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학대로 인해 사망한 피해아동 중 1세 미만이 19명(45.2%)으로 가장 많았다. 1·5세가 각각 5명(11.9%), 3세 4명(9.5%), 4·6·7세 각각 2명(4.8%), 8·10·12세가 각각 1명(2.4%)이었다. 2018년에도 1세 미만이 10명(35.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1세 8명(28.6%), 4·5·7·9세 각각 2명(7.1%), 6·8세 각각 1명(3.6%)이었다.1세 미만 아동학대 사망이 가장 두드러진 데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기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으면 학대를 받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프로파일러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아이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며 "원치 않는 아이였느냐 아니냐에 따라 부모들의 상태도 가장 불안정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사망 아동 학대자들 대부분 20대·무직
실제 아동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학대행위자들의 세부 유형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사회경제적 환경이 매우 취약한 계층으로 보인다.연령별 학대행위자로는 20대가 절반 가량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20대 학대행위자는 25명(47.2%)으로 30대 16명(30.2%), 40대 7명(13.2%), 19세 이하 3명(5.7%), 50대 1명(1.9%) 등에 비해 가장 많았다. 2018년에도 20대가 14명(46.7%)으로 30대 8명(26.7%), 40대 6명(20%), 50대·19세 이하 각각 1명(3.3%) 보다 훨씬 더 많았다.직업별로는 무직이 가장 많았다. 2019년 통계에서 무직은 14명(26.4%)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자료없음 등)이 뒤이어 10명(18.9%), 주부·서비스 및 판매종사자·단순노무종사자 각각 6명(11.3%), 학생·자영업 각각 3명(5.7%), 비정규직·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각각 2명(3.8%), 사무종사자 1명(1.9%) 순이었다.
2018년에도 무직은 12명(40%)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주부 5명(16.7%),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3명(10%), 단순노무종사자·군인 각각 2명(6.7%), 회사원·자영업·서비스 및 판매종사자·비정규직·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각각 1명(3.3%)순이었다.
이 교수는 "20대 무직으로 대표되는 학대 행위자들은 10대 때부터 혼자 사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로 추정된다"며 "이들은 본인도 집이나 사회로부터 보호 받은 경험이 없고, 따라서 아이를 낳아도 보호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표 전 의원은 "사망 아동학대 학대행위자의 프로필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아이 탓으로 돌리는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처벌 강화, 필요하지만 답 아니다
최근 아동학대범에 대한 처벌 강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두 전문가는 정작 필요한 논의는 다른 곳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이 교수는 "학대 행위자들은 형사처벌을 두려워할 유형이 아니다"며 "상당수 학업 중단자에 해당해 교육 시스템 정비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달리 가정 해체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산후 조리에 대한 학습이 안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산후조리 서비스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게끔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표 전 의원도 "처벌 강화는 답이 아니다"며 "유럽 국가들처럼 산모 지원 강화, 출생통보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아동학대 책임 소재를 더 명확히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표 전 의원은 "우리나라에 아동권리보장원이 있지만 아동학대를 미리 발견하거나 현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역할, 인력, 조직은 미비하다"며 "아동학대 책임 소재도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에 다 흩어져있다"고 비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