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AI 기반 설계 자동화 구축…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력 고도화

현대엔지니어링의 EPC 전략
우즈베키스탄 칸딤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현대엔지니어링은 글로벌 플랜트 시장에서 ‘톱티어(top tier·초일류) 설계·조달·시공(EPC)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EPC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업자가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사업 형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설계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공정별 설계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2017년 엔지니어링센터를 발족했다. 회사 전체 인력 6000여 명 가운데 약 25%인 1500여 명이 이 엔지니어링센터 소속이다. 회사 관계자는 “플랜트 분야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설계 역량 확보해 수주 경쟁력 키워

현대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센터의 역량 강화를 통해 플랜트 EPC 사업에서 본원적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선 기본설계(FEE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EPC 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기본설계 수행 역량을 확보해 이를 기반으로 플랜트 수주 영업을 주도하는 조직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플랜트 EPC 기업들은 입찰-도급-단순시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사업성 분석과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기본설계부터 참여해 향후 EPC 수주까지 이어지는 영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수주 실적도 늘어나고 있다. 2011년 우즈베키스탄 칸딤 가스전 개발 사업의 기본설계 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 이어 2014년에 3조원 규모의 칸딤 가스 처리시설의 EPC 사업을 수주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2019년에는 러시아 비소츠크 지역에서 건설되는 메탄올 생산 공장의 기본설계 용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유럽 등지에서 10여 건의 기본설계 입찰에 참여했다. 또 수주에 성공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향후 EPC 수주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본설계 역량 강화와 함께 상세설계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작년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철골구조물 자동 설계시스템’, ‘AI 기반 물량 검증 시스템’ 등 다양한 AI 설계 프로그램의 개발을 마쳤고 3차원(3D) 기반 설계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업에 적용하고 있다. AI 설계를 2025년까지 완벽히 구현할 계획이다. 이미 작년 머신러닝과 자동화 기술 등을 활용한 기술개발에 투자해 설계자동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올해에는 기존 AI 기반 설계 및 3D 설계자동화 시스템을 고도화해 ‘통합 설계 검증 시스템’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전문 엔지니어 육성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문가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타당성 조사에서 시작해 제품 상업화까지 고객의 요구를 미리 파악해 사업 제안과 수주로 이어지는 과정을 총괄하는 전문가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애자일(agile)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기본적으로 엔지니어는 ‘기술 전문가’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부터 EPC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이후 ‘리드 엔지니어’, ‘엔지니어링 관리자’로서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엔지니어 육성 과정 중 ‘비즈니스 엔지니어’라는 개념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엔지니어를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 니즈를 사전에 파악해 사업 제안과 수주 영업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주요 인적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EPC뿐만 아니라 전략적 코칭 리더십, 조직관리, 플랜트 상품의 이해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 적용 신기술, 공법 개선 사례 등을 대내외에 전파하고 협력사와 공유하기 위해 매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형식의 기술 콘퍼런스도 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글로벌 EPC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기술 영업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설계 분야의 혁신 및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톱 티어 EPC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