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영계 "획일적 고용 한계"…노동계 '직무형 확대' 경계

춘계 임단협 개시…코로나19 확산에 기업별 대응 엇갈릴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일본 경영계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특유의 고용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런 기조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어 양측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춘투'(春鬪)로 불리는 봄철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는 임금 인상에 관한 통일된 지침을 내놓지 않았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27일 전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고용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임금 인상 여부는 개별 기업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경영계는 치열해지는 경쟁에 대비해 이른바 '직무 중심 고용'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직무 중심 고용은 기업이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서 이에 맞는 경험이나 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선발하는 고용 방식으로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 발달했다.

직무 성과에 따라 보수를 결정하는 방식과도 쉽게 연동된다. 반면 일본의 경우 직종이나 업무 내용을 명확하게 지정하지 않고 신입 사원 등을 채용해 연수시킨 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이른바 '멤버십형 고용'이 일반적이다.

신입사원 모집 때 직종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종합직' 등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근속 연수가 쌓이면 보수나 직급을 올려주는 연공서열제도와 맞물린다.

이와 관련해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종래의 획일적인 일본형 고용 관행의 한계가 현저해지고 있다"고 26일 강조했다. 지병을 치료 중인 나카니시 회장은 노사 춘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시작과 맞물려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노사 포럼에서 구보타 마사카즈(久保田政一) 사무총장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카니시 회장은 "사업 계속과 고용유지가 최우선"이라며 임금 인상과도 거리를 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직무 중심 고용이 유연성이 높은 대신 인재 확보에서 유리하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일본의 급여 수준이 국제적으로 낮은 원인 중의 하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민간연구소 니혼소켄(日本總硏)의 야마다 히사히(山田久) 부이사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하지만 노동자 측은 이런 기조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전국 단위 노조 중앙조직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약칭 렌고<連合>)는 인공지능(AI) 전문가 등 고도의 전문 인재를 직무형으로 채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방식의 고용이 일반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고용 유지와 임금 인상을 병행해야 한다며 올해 교섭에서 2% 정도의 임금 인상률을 내걸었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업체 혼다의 노조는 기본급 인상에 해당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를 8년 만에 보류하기로 방침을 굳히는 등 복수의 기업이 올해 임금을 동결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반면 전기업계 노조로 구성된 전기연합은 월 2천엔(약 2만1천원) 이상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기로 하는 등 업계별로 대응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