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패드 품은 네이버…IB 도움 없이 자체인력만으로 '빅딜'

딜 막전막후

10여 명 태스크포스 꾸려
글로벌 'IT 공룡' 제치고 인수

경영진이 M&A거래 직접 나서
빠른 의사 결정으로 승기 잡아
“이러다가 우리 일자리까지 위협받는 것 아니야?”

최근 네이버가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기업인 왓패드를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하자 투자은행(IB)업계가 술렁였다. 왓패드는 이용자 9000만 명을 거느린 해당 업계의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인수 금액만 6억달러(약 6630억원)에 달한다.인수합병(M&A) 관계자들이 주목한 것은 네이버가 대형 IB를 쓰지 않고 독자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킨 점이다. 그간 수십억원 단위의 스타트업 지분 투자에 머물렀던 네이버가 ‘단독 플레이’로 글로벌 경영권 인수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것이다.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를 위해 지난해 8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를 주축으로 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사업부 엔지니어들과 사내 M&A 인력 등 10명 남짓한 전문가가 가세했다. 맥쿼리PE 전무 출신으로 작년 네이버 M&A 총괄로 영입된 김남선 이사도 힘을 보탰다. 김 이사는 맥쿼리 시절 ADT캡스, LG CNS 지분인수 작업 등을 이끈 M&A 전문가다.

인수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다. 협상 초기만 해도 네이버와 왓패드 매각 측의 단독 거래 형태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마존, 넷플릭스, 바이트댄스, 스포티파이 등 해외 초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스포티파이는 거래 막바지까지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4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던 왓패드 지분 100%의 가격은 6억달러 선까지 껑충 뛰었다.하지만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 속에 네이버는 인수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네이버 측은 10억 편에 달하는 왓패드의 콘텐츠를 단번에 확보하면 시너지 효과가 분명할 것으로 확신했다. 왓패드 주주들이 주식을 판 대가로 현금을 받을지, 현금에 일정 수준을 더한 가치로 계산한 네이버 주식을 받을지 등 선택권을 제시한 전략도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데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특유의 기업문화가 이번 거래에서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개 기업에서 M&A 업무는 재무나 전략 담당이 전담한다고 생각하지만 네이버는 경영진 전체가 M&A에 직접 관여하고 결과에 책임도 지는 분위기가 정착해 있다”며 “왓패드 측도 인수 의지가 강한 네이버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