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수입, 가격안정 효과 없어…상반기 한 판에 1만원 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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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1
'계란왕' 가농바이오 유재국 대표“계란을 수입한다지만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올 상반기 계란 한 판 가격은 1만원을 넘길 겁니다.”
"AI 살처분 농장 생산량
9월 추석 지나야 회복"
"가격 폭등은 정상화 과정
농가는 오히려 제값 받을 기회"
국내 최대 산란계 직영 농장 가농바이오를 이끌고 있는 유재국 대표(61·사진)는 27일 계란값이 현재 폭등하고 있다기보다는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주립대(경영학 석사)와 시러큐스대(경제학 석사)에서 학위를 딴 유학파 경영자다. 형인 유재흥 회장과 함께 20년째 가농바이오를 이끌고 있다.
“현재 적정가격은 7000원”
유 대표는 당분간 계란 가격 인상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30구짜리 특란 한 판의 소비자가격은 6718원. 지난 7일 처음으로 6000원대를 넘어선 후 연일 오름세다. 한 달 전(5727원)보다 17%, 지난해 1월(5270원)보다 27% 비싸다.유 대표는 “현재 계란 한 판의 적정 가격은 7000원대”라며 “지금의 가격 상승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근거는 이렇다. 한 판에 7000~8000원대였던 계란값은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극에 달했던 2017년 1월 1만원에 육박(9400원)했다. 그 후 병아리 수입을 늘려 2018년부터 계란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년간 계란 가격은 5000원 안팎에 머물렀다. 유 대표는 “최근 몇 년간 10만 마리 이상의 닭을 기르는 농장들은 적자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며 “최근의 계란값 상승은 평년 수준으로 수렴돼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병원성 AI로 인해 살처분을 당한 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그렇지 않은 농가들은 오히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계란 가격이 1만원대를 넘겨 치솟다가 7000원 선에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근거로 “최근 고병원성 AI로 살처분당한 농장이 다시 병아리를 키워 예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려면 8개월 이상이 걸린다”며 “적어도 올 9월 추석 연휴가 지나야 가격이 잡히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산 계란 선호할지 의문”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산 계란 수입은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미국산 계란을 냉장 유통하면 최대 45일까지 섭취할 수 있지만 계란의 신선도를 중시하는 국내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이 이를 선호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유 대표는 현재 웃돈을 주고서라도 계란을 확보하고자 하는 대형마트 상품기획자(MD)와 계란을 주 원료로 쓰는 베이커리 업체 등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20만구의 계란을 주문했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2주 전 갑자기 70만구를 달라고 하는 등 수요가 크게 늘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