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걸림돌은 규제·인건비·노조"…한국GM·르노삼성의 쓴소리

"한국, 노동 관행·규제 확실성 뒤처져"
"스페인 인건비는 한국의 62%" 지적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한국 시장의 경쟁력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GM
자동차 업계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인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한국 시장의 노동 경쟁력에 대해 '작심발언'을 했다. 규제와 노사 갈등, 인건비가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28일 '제8회 산업발전포럼 및 제1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 참석해 ‘외투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한국 경쟁력 제고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카젬 사장은 "한국GM은 국내 최대 외국인직접투자기업"이라며 "한국에서 1만2000명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지난해 28만5000대의 차량을 수출했다"고 한국GM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해 "자유무역협정(FTA), 안정적인 경제, 제조 능력과 경쟁력 높은 공급 기반 등의 장점이 있다"며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성이 매우 높다"고 호평했다. 2019년 GM이 선정하는 ‘올해의 협력업체’ 116개에 한국 협력사가 19개사 포함됐고 국내 생산되는 뷰익 앙코르(쉐보레 트랙스 형제 모델)도 2020 북미 컨슈머 리포트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의 단점으로는 노사 관계와 노동 관행·규제를 꼽았다. 카젬 사장은 "갈등적 노사 관계, 짧은 노사 협상 주기, 불확실한 노동 정책 등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목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해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사진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그는 "안정적인 노사관계, 경제 상황, 유연성 및 공급의 확실성이 투자 의사 결정의 핵심"이라며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141개국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 결과를 제시했다.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국가 경쟁력은 13위로 높았지만, 생산시장과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는 각각 59위와 51위로 현저히 낮았다. 카젬 사장은 "특히 노동시장 경쟁력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노동유연성은 97위로 평가됐다"며 "노동유연성 범주에는 노사관계, 임금 결정의 유연성, 고용 및 내부 전환 배치의 유연성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가들과 비교하면 노동 관행과 규제 확실성도 뒤처진다"며 "미국은 노사 협상 주기가 4년이지만 한국은 1년이고 쟁의행위 문턱도 낮다. 한국에서 겪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쟁의행위는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협상은 잦고 파업은 쉬우며 노조 집행부도 금새 바뀌는 탓에 갈등적인 상황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월 서울 강남구 르노삼성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연 르노삼성 노동조합 모습. 사진=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이 자리에서 르노삼성도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며 규제와 인건비, 세금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스페인 공장의 인건비는 부산공장의 62% 수준"이라며 "같은 차를 스페인에서 생산하면 한국보다 1100달러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공장의 경쟁지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부산공장이 신차를 받고 생산을 늘리고 싶다면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규제와 세금 등에 있어서도 한국이 스페인에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부떼 CFO는 "한국의 환경규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도 높고 중복 과징금도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최악"이라며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세계적 움직임인데 한국만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법인세는 2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5%에 비해 높은 편이다. 재산세 역시 2%인 스페인보다 높은 3% 수준이다.부떼 CFO는 "르노삼성은 지난해 최악의 생산량을 기록,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한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생산량은 11만6166대에 그쳤다. 부산공장의 연 생산능력이 25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공장 가동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