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AIST는 왜 '서울 AI대학원'을 고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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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확보 위한 '고육책'성격 짙어KAIST 인공지능(AI)대학원의 서울 이전 소식으로 지역사회와 학계가 시끄럽다. 오랜 기간 대전에 뿌리를 내려온 KAIST의, 그것도 새로운 심장으로 주목받던 ‘유망 학문’이다 보니 충격파가 가시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정부·지역 모두 진짜해법 찾아야
이시은 IT과학부 기자 see@hankyung.com
연초엔 논의가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선 더욱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복수의 대전시와 KAIST 관계자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KAIST 측에 “다음달까지 이전과 관련해 진행 중인 논의를 중단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전을 적극 추진해온 신성철 현 KAIST 총장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막판 제동을 건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KAIST가 AI대학원 서울 이전을 계획한 것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앞선 2019년부터다. 이후 올해까지 AI대학원 본부를 서울(홍릉)캠퍼스로 이전하고, 대전에 다른 AI 연구기관을 남기는 방안이 구체화됐다. 지난해에는 이사회 보고까지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KAIST의 의지가 실행되기 직전 과기정통부가 이달 상반된 행보를 보이면서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점화된 것이다.
얼핏 교육계의 해묵은 난제인 ‘지방 공동화’ 위기의 한 사례로 비칠 수 있다. 이런 맥락이라면 정부기관이 신중을 기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KAIST가 예상 가능한 비난과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에 좀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인재 수급’이다. ‘브레이킹 포인트(임계점)’에 다다른 국내 AI산업에 소매를 걷어붙일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일선 대학에서 연구과제를 이끌어갈 우수 교원이 턱없이 모자라고, AI를 전공한 재직 교수들은 정부 제안서와 학생 관리를 병행하는 ‘슈퍼맨’이 돼야 하는 상황이다. 교원 유치를 조금이라도 원활하게 하려 한다는 KAIST의 항변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배경이다.AI는 해외 초빙 연구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큰 분야다. 한 수도권 AI대학원 관계자는 “선진 연구를 위해선 미국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구글, 아마존에 있는 인재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수도인 서울에서조차 데려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프랑스 스위스 등 일부 국가는 인재 유치 보조금과 세제 혜택까지 불사하는데,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어쩐지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KAIST 신임 총장이 부임하더라도 묘수를 꺼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전 논의를 미뤄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단순히 ‘서울-대전’이란 대립 구도로 초점을 흐려선 안 된다. 국내 AI 교육 현장이 실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