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줄여 이익공유제 참여?"…은행 경영개입 논란 부른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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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축소 권고안 의결금융위원회가 은행지주와 은행들의 배당성향을 20%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자 은행권은 마지못해 수용하는 분위기다.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주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손실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어서다.
금융위 "코로나19 위기 대비해
은행들 손실흡수능력 키워야"
금융위의 권고를 무시했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크게 작용했다. 다만 배당금을 예전처럼 주지 말고 은행에 놔두라는 이유가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이익공유제나 사회공헌기금 조성과 연결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배당금 축소 규모는 4대 은행지주에서만 지난해보다 65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권 배당, 5분의 1 이상 감소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우리금융이 27%로 가장 높았다. KB금융 26%, 하나금융 26%, 신한금융 25% 등의 순이었다. 배당총액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8839억원(전환우선주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8610억원), 하나금융(6165억원), 우리금융(5050억원)이 뒤를 이었다.이들 금융지주가 금융위가 권고한 배당성향 ‘20% 이하’를 맞추려면 올해는 배당금을 5분의 1 이상 줄여야 한다. 은행지주들의 공시와 한국투자증권 추정치를 감안하면 지난해 신한금융은 3조5423억원, KB금융 3조4904억원, 하나금융 2조5616억원, 우리금융 1조471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된다.금융위의 배당성향 권고치 20%를 대입하면 올해 신한금융 배당금은 7084억원이 된다. 작년에 비해 1755억원 줄어드는 셈이다. KB금융의 배당금은 1630억원 감소한 6980억원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배당총액 6165억원에서 1042억원 줄어든 5123억원을 배당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주당 500원씩 모두 1400억원가량의 배당을 이미 시행했다. 비은행 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금융은 지난해 5050억원을 배당했는데 이번에는 41.7% 줄어든 2943억원만 할 수 있다. 주주친화적 경영을 강조해왔던 은행지주들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4대 금융지주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을 빼고나면 대부분 외국계 투자자여서 배당에 민감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금융산업의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로 권고”
금융위는 상장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알고 있으면서도 배당성향 자제를 권고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경제성장률 -5.1%)보다 가혹한 조건으로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해봤더니 은행 안에 여윳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이유에서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장기회복을 가정하는 ‘U자형’과 장기침제로 빠지는 ‘L자형’으로 진행됐는데 은행들은 두 경우 모두 자본비율이 최소 의무비율을 넘어섰지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상당수 은행이 배당을 하지 못할 수준의 수치를 보였다는 게 금융위의 발표 결과다.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14.54%였던 은행 및 은행지주들의 총자본비율은 L자형 시나리오에서 10.87%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은행들은 금융위의 권고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하는 수 없지 않냐’는 반응이다. 은행지주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권고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따르지 않으면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며 “코로나19 위기 대응은 우리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권고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불만의 목소리는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보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재무건전성이 유지되고 배당만 못하게 되는데 이를 근거로 배당 자제를 권고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배당금을 주지 못하게 한 뒤 은행에 남긴 돈을 코로나19 피해 복구 자금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서민금융 기금에 은행 등 금융권이 3100억원을 해마다 출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은행을 대상으로 한시적 ‘이자 멈춤’을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금융을 산업으로 보지 않고 경제 지원 조직으로 여기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며 “요즘 분위기를 보면 은행들을 만만한 ‘돈줄’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아 아주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종서/김대훈/정소람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