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여행업 등록기준 완화에 여행사·관광벤처 엇갈린 반응

종합여행업 등록자본금 5000만원으로 절반 낮춰
여행업계 "중소 여행사 난립, 경쟁 과열" 우려
관광벤처 "여행업 진출 등 사업기회 확대" 기대
정부의 여행업 등록기준 완화 방침을 두고 기존 여행업계와 관광벤처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등록기준을 완화해 여행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소규모 창업을 촉진한다는 정부 구상에 여행업계는 중소 여행사 난립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벤처업계에선 낮아진 문턱으로 관광벤처의 여행업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7일 일반여행업의 등록자본금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국내외여행업은 4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추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일반여행업은 '종합여행업'으로 명칭을 바꾸고 국외여행업은 영업 대상과 범위에 국내를 추가해 '국내외여행업'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종합여행업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와 해외 여행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 국내여행업은 내국인 대상의 국내여행만, 국내외여행업은 내국인 대상으로 국내와 해외 여행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기반과 관계자는 "서비스 범위와 대상에 맞춰 보다 적절한 명칭을 적용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사라진 상황에서 기존 아웃바운드 여행사가 국내여행 상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도록 국외여행업을 국내외여행업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는 여행업 등록기준 완화가 영세한 중소 여행사 난립과 저가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한차례 등록자본금을 2억원에서 1억원(일반여행업 기준)으로 낮추면서 여행사가 급증한 선례가 있어서다.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등록자본금을 낮춘 정부 조치로 인해 여행사는 2500여개가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행업계 전체가 1년 가까이 매출 '제로(0)' 상태인 상황에서 등록기준 완화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견 여행사 대표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여행사만 더 늘어나 시장 내 경쟁만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여행업계에게 필요한 건 코로나 위기상황을 버틸 수 있는 세금감면, 운영자금지원 등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관광벤처업계는 여행업 등록기준 완화가 여행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다양성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관광벤처회사들은 정부 측에 여행업 등록기준 완화를 요구해왔다. 기술·서비스 투자 비중이 높은 관광벤처에게 1억원의 등록자본금이 사업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영근 한국스마트관광협회 회장은 "첨단 정보기술(IT)를 활용한 새로운 여행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벤처들이 사업을 쉽게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며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여행사(OTA)의 등장으로 여행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에 사기와 횡령, 배임 등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사업자의 여행업 등록을 제한하는 시행규칙 개정안도 마련했다. 또 베트남어, 태국어 등 특수언어 관광통역안내사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필기시험을 면제하는 한시 자격증제도를 도입한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