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용구 사건' 진상조사단, 정작 이용구는 조사 안해

사진=뉴스1
이른바 '이용구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며 진상조사단까지 꾸린 경찰이 정작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아직까지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 실세에 대한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29일 이 차관을 조사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까지 그럴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술에 취해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혐의가 있다.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는 이 사건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폭행이 아니라 단순 폭행죄를 적용했고, A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사입건 없이 내사 종결했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촬영본을 B경사에게 보여줬지만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의 혐의를 입증할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고 했던 경찰의 해명과 배치됐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뒤늦게 B경사를 대기발령했다. 지난 24일에는 10여명 규모의 수사팀으로 이뤄진 진상조사단까지 만들었다.진상조사단은 B경사, 서초경찰서장, 서초경찰서 형사과장 등 총 8명의 경찰관을 조사했다. 피해자인 택시기사,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한 업체 사장까지 조사했다. 일부 조사자에게서는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포렌식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사건 당사자인 이 차관은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기존에 설명했던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뒤늦게 확인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