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로 위기돌파"…궁지 몰린 한국GM·르노삼성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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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로 라인업 확대 나선 르노·GM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이 수입차 비중을 늘리고 있다.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로 정체성을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한자릿수' 점유율 극복 위한 전략 일환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2019년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한 이래 본격적으로 수입차 비중을 늘려왔다. 그해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를 잇달아 들여오면서 한국GM의 국내 판매 차량 9종 가운데 수입 판매 차량은 5종으로 절반을 넘겼다. 현재 전기차 볼트 EV, 머슬카 카마로, 중형 SUV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총 5종이 미국 본사에서 수입돼 판매되고 있다. 올해 출시가 예정된 볼트 EV의 SUV 버전 '볼트 EUV', 이르면 연말 출시가 예정된 '풀사이즈' SUV '타호'까지 더하면 수입·판매 차량은 7종으로 늘어난다.
반면 국내 부평·창원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차량은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되며 경차 스파크, 세단 말리부, 소형 SUV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총 4종으로 줄었다. 내년 신형 CUV 생산이 준비되고 있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다만 말리부와 트랙스 후속 물량이나 전기차 유치 등은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르노삼성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SM3·SM5·SM7 등 SM시리즈가 단종되면서 국내 생산 차종은 SM6, QM6, XM3만 남았다. 트위지도 국내에서 생산되긴 하지만, 협력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수입·판매 차량은 소형 SUV 캡처, 미니밴 마스터, 전기차 조에 등이다.XM3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XM3는 이전 닛산 로그와 같이 정해진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럽 등지에서 주문이 들어온 만큼 생산될 예정이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공급 차질이 벌어지면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도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그간 노조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이들의 수입차 비중 확대에는 국내 시장에서 부진이 이어지는 점도 영향을 줬다. 최근 10년간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각각 8.7%, 6.2%의 연평균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GM은 2012년부터는 점유율이 10%를 웃돌기도 했지만, 2016년 파업 장기화에 따른 현대차·기아의 부진과 말리부 등 신차 효과가 맞물려 11.3%로 최고치를 찍은 이래 점유율이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2019년에는 4%대까지 추락하면서 지난 10년간 역대 최악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르노삼성도 상황은 비슷하다. 르노삼성은 2010년 10.6%의 점유율을 기록한 뒤 매해 5% 안팎의 점유율을 이어오고 있다. 2016년 역시 현대차·기아의 내수 부진에 힘입어 점유율이 7%에 육박했지만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5%대로 다시 후퇴했다.
국내에서 차량 생산과 판매가 순조롭다면 신차를 도입할 수 있지만, 생산 안정성과 판매량 모두 부족하기에 신차를 선보이려면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전날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제8회 산업발전포럼 및 제1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한국 시장의 단점에 대해 "갈등적 노사 관계, 짧은 노사 협상 주기, 불확실한 노동 정책 등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해외 신차를 직접 생산하려면 막대한 설비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며 "국내 판매 물량을 직접 생산하기엔 내수 판매량이 적고, 글로벌 생산까지 염두에 두기엔 파업이 너무 잦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보다 비싸진 인건비도 문제"라고 덧붙였다.또 다른 관계자도 "이들 업체가 국내 사업을 지속하려면 신차 라인업은 수입 차량에 일부 의존하면서 글로벌 전략 모델 1~2종을 유치해 국내 생산·수출하는 방향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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