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북쉘프-'세기의 경영자' 잭 웰치가 남긴 마지막 책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 (잭·수지 웰치 著)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잭 웰치 전 GE(제너럴 일렉트릭) 회장만큼 열렬한 찬사와 극렬한 비판을 동시에 받았던 기업인도 없을 것이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그가 회사를 이끄는 동안 GE는 말 그대로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났다. 20년 동안 회사의 매출은 4배 이상 늘었고, 시가총액은 30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 세계에서 1위 혹은 2위를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면 돈을 벌고 있는 분야이더라도 사업을 접는 과감한 사업 재편 전략과 GE의 성장을 가로막던 관료주의를 제거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비효율적인 기존 사내 관행들을 일거에 제거해나갔던 노력들은 그에게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지게 만들었다. 미국 경제매체인 <포춘>은 그를 ‘세기의 경영자’라고 칭했고 <뉴욕타임스>는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안일한 기성세대를 타파한 화이트칼라 혁명가’라고 표현했다.

잭 웰치가 40만명의 임직원이 일하던 거대 기업 GE의 회장직에 취임하던 1981년 그의 나이는 45세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한국 대부분의 대기업에선 말단 임원이 되기도 힘든 나이다. 그가 이렇듯 젊은 나이에 거대 글로벌 기업의 선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1980년 GE의 부회장으로서 회사의 소비재 섹터 부문을 이끌고 있던 잭 웰치는 이사회로부터 한 편의 글을 작성해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는 이때 다른 두 명의 고위 임원과 함께 앞으로 회사를 이끌 차기 CEO 자리의 최종 후보로 선정된 상황이었다. GE는 몇 년 동안이나 이어지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차기 CEO를 선발하는 걸로 유명한 회사다. 여러 CEO 후보들에게 각자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부를 이끌게 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최종 후보들을 추려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쟁자들이 한 명, 한 명 줄어들었고 마침내 그를 포함한 3명만이 최종 리스트에 남게 됐다.

1960년 일리노이대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곧바로 GE에 입사한 지 20년 만에 말단 연구원에서 차기 CEO 후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수차례의 면접을 마친 뒤 이 3명의 후보자는 자신이 지금껏 GE에서 거둔 성과에 대해서 상세히 평가하는 글을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업무 성과뿐 아니라 그들이 어린 시절 어떻게 자랐는지 앞으로 GE 회장이 된다면 어떤 일을 추진할 건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기업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많게는 14살이나 어렸던 그의 나이는 GE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기에는 약점으로 여겨졌다. 그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걸 미루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여기에는 당신과 내가 웰치라는 사람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것들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9페이지의 글을 쓰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자신이 지난 20년간 GE에서 이뤘던 성과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에게 높은 목표를 갖도록 끊임없이 요구했고, 장래가 촉망되는 직원에게는 무수한 ‘도약’의 기회를 제공해 왔으며, 재능 있고 야망을 가진 인재들을 불러 모으는 데 필요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해나갔다. “리더십이란 내가 교제해 온 사람들이 항상 주도적이지는 않더라도 보다 열심히 일하고 더욱 일을 즐기며, 마침내는 그들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것 이상의 성취를 이룸으로써 자신에 대한 더 많은 존경심과 자신감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 과제를 제출하고 얼마 뒤 잭 웰치는 자신이 GE의 차기 CEO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40대 젊은 CEO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 20년 동안 그가 GE에서 거둬왔던 성과와 자신의 비전을 힘 있고 명료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능력이 그에게 가져다준 결과였다.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는 제목 그대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책이다. 2001년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그는 자신의 남은 생애를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다른 기업인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리고, 전파하는 데 집중했다. 강연뿐 아니라 구체적인 컨설팅을 통해 수백 개 기업들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책에는 이런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이 담겨 있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기업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원칙, 태도, 전략, 기법을 배우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