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대기중 트럭기사 폭행, '특가법'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

법원, 신호대기중 정차는 '운행의사있다' 판단
서울 동부지법.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신호대기를 위해 멈춰있던 트럭 문을 열고 운전자를 폭행한 50대 남성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경찰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을 '정차 중에 일어났다'는 이유로 내사종결 처리했는데, 이와 배치되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법원, 특가법상 '운행중' 기준은 위험성 여부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상구)는 도로에서 신호대기중인 차량 운전석의 문을 열고 운전자의 멱살을 잡고 얼굴 등을 때린 혐의(특가법상 운전자 폭행)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21일 성동구의 한 사거리에서 차를 끼워주지 않는다며 피해자에게 욕설한 뒤 정차신호를 받고 피해자의 트럭으로 걸어갔다. 피해자가 A씨를 보고 트럭 운전석의 문을 열자 A씨는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렸다. 피해자는 치아에 약 180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피고인 측은 "당시 피해자가 계속 주행할 의사 없이 트럭에서 내리려고 했기에 운행 중인 자동차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의 트럭은 시동을 켠 채 변속레버를 P에 옮겨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법원은 특가법상 '운행 중'의 범위를 "운행 중이거나 일시 주·정차한 상태로, 운전자에 대한 폭행으로 운전자, 승객 또는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얼굴을 때렸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얼굴을 맞고 대항하기 위해 트럭에서 내렸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해자가 트럭을 일시 정차한 시점은 물론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할 당시에도 계속 운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운전자에 대한 폭력행사는 중대 범죄로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각 차량 주변에는 다수의 차량들이 운행하고 있어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는점 등을 고려할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11월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으로 처리해 내사종결했다. 당시 경찰은 택시기사가 목적지인 이 차관의 집 앞에 도착해 차를 정차했기 때문에 특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