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레이스 시작됐지만…발길 무거운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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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들 정견 발표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7분 정책 비전’을 듣는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서울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등 당내 우려감이 커져가는 와중에서다. 일각에선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기싸움 속에 정책 경쟁은 묻히고 막말 논란만 부각되는 등 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지율은 與에 10%P 뒤져
안철수 입당설 계속되는 등
단일화 둘러싼 기싸움 지속
후보간 비방전도 격렬해져
정진석 "나보다 우리가 승리해야"
羅 “부동산 해결” 吳 “경륜 봐달라”
국민의힘은 29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비전스토리텔링 발표회’를 열고 서울시장 선거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 8명의 정견발표를 들었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에서 강남과 강북이라는 말을 없애겠다”며 “부동산 세금 고통도 확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재선시장 출신이라는 경륜을 봐달라”며 “1인가구 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오신환 전 의원은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라며 새 인물론을 강조했고,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횡단보도 그늘막’ 등 성과를 제시하며 행정 전문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공개 발표회를 통해 분위기를 뒤집겠다는 계획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발표회 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 발표를 보니 각자 준비를 철저하게 잘한 것 같다”며 “아마 (경선에서) 뽑히신 분은 틀림없이 시장에 당선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하지만 국민의힘은 서울에만 14명의 후보가 나서는 등 선거전 초반에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단일화 논란 등이 불거지며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26~28일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서울지역 지지율이 23%를 기록해 민주당(34%)에 크게 뒤졌다. 새 인물과 혁신적인 아젠다를 내놓지 못하면서 주도권을 뺏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安, 끊임없는 입당설 왜
일단 또 다른 야권 유력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설이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되면서 당 내부 경선에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사실무근이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났다”고 입당설을 전면 부인했다.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자당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안 대표의 입당설을 흘리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단순하게 오해를 한다면 (국민의힘이) 3자 구도에 대한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사전정비작업이 아닌가라는 것”이라며 “(안 대표의) 입당을 희망하는 배경이 작용을 했다고 단순하게 이해하려 한다”고 말했다.반대로 국민의힘 쪽에선 당내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심을 잃을까 우려한 안 대표 측이 일부러 입당설을 부각시켜 단일화 국면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금태섭 전 의원도 “야권 단일화는 며칠이면 가능하다”며 안 대표의 2월 실무협상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안 대표가 몸이 달아 있다”며 “국민의힘을 빈 배처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내부 막말 주의보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어지는 막말과 내분 양상에 사실상 야권이 ‘제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고민정 민주당 의원을 ‘후궁’에 빗대 논란을 일으켰다.경쟁이 격화되며 후보 간 비방전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빅2’ 구도라 두 명의 유력 후보가 서로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후보들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공격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진석 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발표회 모두발언에서 “나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우리(국민의힘)의 승리가 서울시민의 승리라는 걸 유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