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악동' 리드, 또 규칙 위반 논란 구설수

10번홀 세컨드샷 러프 빠지자
경기위원 오기 前 마크 후 집어
바운스 없었다며 '무벌타 드롭'
중계 카메라엔 튀는 장면 잡혀
패트릭 리드가 경기위원 앞에서 공이 있던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트위터 캡처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대표하는 ‘악동’ 패트릭 리드(31·미국)가 규칙 위반 논란으로 또 한 번 구설에 휘말렸다.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 파인스GC 남코스(파72·7765야드)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총상금 750만달러) 3라운드에서다.

미국 언론이 ‘바운스 게이트’로 부르는 이번 의혹은 10번홀(파4)에서 불거졌다. 리드가 페어웨이 벙커에서 친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휘어 러프에 빠졌다. 리드는 마크를 하고 공을 집었다. 리드는 “주변 자원봉사자와 캐디들에게 공이 땅에서 튀었는지 물어봤고 (공이) 튀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폭우로 땅이 부드러워졌고 자신의 공이 그대로 땅에 박혔다고 판단한 것이다. 골프규칙 16조3항에 따라 공이 땅에 깊이 박히면 벌타 없이 구제받을 수 있다.경기위원의 감독 없이 공을 집어든 리드의 행동이 규칙 위반은 아니다. 골프규칙 16조4항에는 ‘구제가 적용되는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볼을 집어들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공 위치를 마크해야 하고 공을 닦을 수 없다고 부연한다. 철저히 상황 판단을 선수의 양심에 맡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리드의 주장과 달리 중계 카메라에는 공이 러프에서 한 번 튀었다가 안착하는 장면이 잡혔다. CBS 방송 해설자 닉 팔도는 “(공이 땅에 깊숙이 박히려면 바운스 없이 그대로 꽂혀야 하는데) 이미 한 번 튀어 힘을 잃은 골프공이 어떻게 땅에 박힐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리드가 16조4항의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했고, 경기위원이 오기 전에 상황을 스스로 판단한 것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선 “새로운 부정행위 방법”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리드는 2019년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도 라이 개선을 하고도 인정하지 않다가 2벌타를 받아 팬들의 조롱 대상이 됐다.

결국 경기위원은 땅바닥이 움푹 파인 것을 확인했다며 리드에게 ‘무벌타 드롭’을 허용했다. 리드는 경기 후 경기위원들의 조사에도 막힘 없이 응하며 라운드를 마쳤다. 리드는 무벌타 드롭 덕분인지 그 홀을 파로 마쳤다. 그러나 이후 보기 4개를 잇달아 범하며 무너져 전반에 줄인 5타를 거의 다 까먹었다. 더 달아날 기회를 놓친 리드는 사흘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쳐 멕시코의 카를로스 오르티스(10언더파·29)와 선두 자리를 나눠 가졌다. 하지만 규칙 위반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아이언맨’ 임성재(23)는 3타를 줄여 사흘 합계 4언더파 공동 20위에 올랐다. 전날보다 순위를 34계단 끌어올렸다. 안병훈(30)은 버디 없이 보기만 3개를 적어내 합계 2오버파 공동 63위에 머물렀다. 첫날 공동 4위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최경주(51)는 5타를 잃고 합계 3오버파 공동 67위로 내려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