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물가 '비상'…KAPI 처음 200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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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관측 이후 최고치설 물가 대란이 현실화됐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장바구니 물가가 계속 치솟고 있다. 미국산 달걀 수입에도 전통시장에서 달걀 한 판(30개)은 8500원에 팔리고 있다. 과일, 한우 등 신선식품 가격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일제히 올랐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한파 등 공급 측면에서 가격 상승 요인이 생긴 데다 설 명절 특수, 집밥 특수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석밥, 두부, 통조림 등 가공식품 가격도 원가 인상을 이유로 줄줄이 오르고 있다.
작년 장마에 올 한파까지 겹쳐
사과·배 등 농산물 생산량↓
달걀값 천정부지로 치솟아
즉석밥·두부 등 가공식품도 올라
KAPI 역대 최고치 경신
지난 30일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 Korea Agricultural product Price Index)는 전주(173.66)보다 17.5% 오른 204.0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KAPI가 200을 돌파한 것은 관측을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KAPI는 농산물 가격 분석·예측 기업 팜에어가 작성하고 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하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농산물 가격지수다. 국내 농산물 도소매시장에서 거래량과 대금 기준 상위 22개 품목의 거래 가격을 ㎏ 단위로 표준화한 뒤 산출한다.KAPI는 지난해 추석 시즌인 9월 23일 최고치(198.81)를 기록한 뒤 농산물 수요 급감으로 2개월간 하락했다. 11월 28일 바닥(107.81)을 찍은 뒤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설을 앞두고 농산물 수요가 급증한 것이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도매시장에서 사과(후지 품종 상품 기준) 10㎏ 도매가격은 평균 6만3080원으로 지난해 1월(3만8815원)에 비해 62.5% 올랐다. 같은 기간 배(신고 품종 상품 기준) 15㎏ 가격은 4만3425원에서 7만5042원으로 72.8% 급등했다.지난해 7~8월 장마와 11월 말부터 불어닥친 한파, 폭설로 인해 사과, 배 주산지의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45만2000t으로 전년 대비 14%, 배는 15만7000t으로 22% 감소했다.
권민수 팜에어 대표는 “설이 지나면 수요 완화 요인이 있긴 하지만 하우스가 아닌 노지(밭) 재배 농산물이 본격 출하되는 5월은 돼야 물가가 본격적인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으로도 못 잡은 ‘金란’
달걀 수급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정부가 미국산 달걀 60t을 긴급 공수해 시장에 풀었지만 가격 급등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9일 달걀 한 판(특란 30개)의 소비자가격은 전날보다 97원 오른 7350원을 기록했다. 달걀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AI가 대유행했던 2017년 1월 이후 처음이다.미국산 달걀 가격이 한 판에 5486원으로 국내산과 비교해 싸지 않은 데다 물량이 적어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대형마트는 신선도 등을 이유로 미국산 달걀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산란계를 포함한 가금류 살처분 규모도 계속 늘고 있다.가공식품도 줄줄이 인상
물가 상승은 가공식품으로 번지고 있다. 오뚜기는 2월에 즉석밥 브랜드 오뚜기밥 가격을 7% 인상하겠다고 최근 대형마트에 통보했다. 오뚜기밥 가격 인상은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이다. CJ제일제당도 내부적으로 햇반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두부시장 1위인 풀무원도 두부, 콩나물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풀무원은 대형마트에 두부, 콩나물 납품 가격을 최대 14%, 10%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국산 콩 35㎏ 도매가격이 1년 새 2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꽁치캔 등 통조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동원F&B는 400g짜리 꽁치 통조림 가격을 3980원에서 4480원으로 12.5% 인상했다. 샘표도 꽁치와 고등어 등 수산물 통조림 제품 가격을 42% 올렸다. 1년 새 40% 이상 급등한 외국산 꽁치 가격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쌀 등 원재료 가격이 치솟아 제품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