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방역조치 연장 적절" 평가…"실효성 높여야" 의견도

2주 단위 정책결정 놓고는 의견 갈려…"장기적 계획 필요" vs "현행이 낫다"
정부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설 연휴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적절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사적 모임을 제한하는 조치가 잘 지켜지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제재 수위를 다소 낮추더라도 단속을 강화해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31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 단계·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오는 설 연휴(2.11∼14)까지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해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300∼400명대로 떨어졌지만 최근 IM선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다 일상 공간에서의 감염 전파 사례도 그치지 않으면서 설 연휴가 자칫 코로나19 재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확진자 수가 조금 감소했다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잠재적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도 "(거리두기 단계를) 더 강화한다면 몰라도 완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감염 재생산 지수(R값)가 0.8 수준에서 2주 정도 유지되다가 1 이상으로 다시 증가했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조치를 일단 2주간만 연장하는 방침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렸다. 천 교수는 "향후 2주만이 아니라 설 연휴 기간을 포함해 올 겨울 내내 현행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집단면역 형성 전까지 이런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 교수는 "(확산)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일단 2주만 연장하는 게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기 교수는 "방역 당국에서도 3∼4개월 단위로 단계를 결정하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 상황이 나빠지거나 좋아지면 왜 빨리 조정하지 않냐는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설 연휴 기간에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다소 완화하더라도 단속을 강화해 조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해도 단속을 강화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설 연휴 기간에는 10명 미만까지 모일 수 있도록 조치를 완화하는 대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설 연휴에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동호회나 동창회 등 가족 모임이 아닌 사적 모임은 5인 이상 모일 수 없게 하되, 가족 간 모임은 조치를 조금 풀어주고 처벌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9시 이후 식당과 마트, 카페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방역 상황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천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전파가 잘 되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9시 영업 제한이 사람 간 접촉 횟수를 줄이는 데 크게 효과가 있는지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조치들에 대한 효과를 정확히 측정해 필요한 것은 유지하고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해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 기간 국민 개개인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코로나19 감염 확산 예방에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기 교수는 "2월부터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이 시작될 텐데, 어르신들의 백신 예방 접종이 끝날 때까지는 모임을 자제해야 한다"며 "정부는 가족을 만나고 온 사람들에게 빨리 검사를 받게 하고, 추석 때의 방역 조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도 "친척들에게 꼭 인사를 해야겠다면 각자 날짜를 달리해서 소규모로만 모여야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