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듀 정 마에" 정치용 지휘자의 고별무대. 코리안심포니 신년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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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마지막 무대지난 29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포디엄(지휘석)에 선 지휘자 정치용은 펄쩍 뛰어올랐다. 그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동시에 관악주자들과 현악 5부의 합주가 절정에 달했다.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1번' 4악장의 피날레를 선보이던 순간이었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1번 선사해
엉성한 관악 연주는 숙제로 남아
지휘자 정치용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서 지휘봉을 잡은 마지막 무대였다. 그는 단원들과 함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집시 남작' 서곡과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C장조'(한이제 협연),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1번'을 들려줬다. 요즘은 보기 드문 무대였다.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악단들이 소편성(50명 이하)으로 연주회를 치러야해서다. 이날 코리안심포니는 단원 72명을 무대에 올렸다. 대편성(50명 이상)으로 다른 악단과 차별점을 둔 것이다. 비결은 투명 가림판.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관악주자들 사이마다 투명 가림판을 설치했다. 무대간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려는 시도였다.
규모가 커지니 소리는 풍성해졌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서곡부터 웅장했다. 8분 길이의 '집시 남작' 연주에는 하프까지 동원했다. 신년음악회에 걸맞는 웅장하고 희망찬 선율이 흘러나왔다. 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 연주에선 오보이스트 한이제의 매끄러운 카덴차(즉흥 연주)도 돋보였다. 한이제의 오보에 연주로 조성된 경쾌한 분위기는 마지막 무대인 교향곡까지 이어졌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1번에 실린 신비로운 관악 합주와 현악 주자들의 기교가 어우러졌다.
아쉬운 부분도 엿보였다. 관악주자들이 엉성한 연주를 펼쳤기 때문이다. 공연에서 선보인 레퍼토리는 관악주자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독주로 주제를 이어가야 해서다. 조직력은 돋보였지만 독주 부분에서 호흡이 흔들렸다. 피콜로 플루트까지 활용한 목관주자 연주는 성량이 부족한 듯 보였다. 호른 주자들도 명료한 연주가 필요한 시점에서 정확하게 음정을 짚어내지 못했다.올해 3월 정 지휘자 뒤를 이을 후임에게 과제로 남았다. 통상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판갈음 하는 기준은 관악주자들이다. 관악주자들은 긴 호흡으로 끌어내는 고전 레퍼토리부터 음정이 겹치지 않고 또렷하게 전달해야 하는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이끈다. 1년 동안 국공립 예술단체와 협업하는 코리안심포니의 특성을 고려해봐도 우선 해결해야할 숙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