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 투자 옥죄고 벤처·중소기업 투자는 풀어준다

금융당국이 대형증권사들의 모험자본 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부동산 사업 대출한도를 대폭 줄인다. 반면 중소기업과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 업무 관련 한도는 늘려줄 방침이다.

1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증권사의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투자자나 기업을 상대로 대출(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 다만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중소기업 및 기업금융 업무에 한해 자기자본의 200%까지 추가 신용공여 한도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종투사들이 신용공여 한도를 취지와 달리 대부분 부동산 사업 대출 등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작년 6월 기준 종투사의 중소기업 대출액(7조4000억원) 중 순수 기업대출은 약 3000억원(4%)에 불과했다. 나머지 7조1000억원은 부동산 관련 특수목적법인(SPC) 등에 투입됐다.

종투사들도 할 말은 있었다. 추가한도가 부여되는 중소기업·기업금융의 범위나 지나치게 좁아 투자대상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앞으로 부동산과 SPC 관련 신용공여는 추가한도에서 쓸 수 없도록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초기 중견기업(3년 평균 매출 3000억원 미만)과 M&A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및 재무구조개선기업 대출은 추가한도 사용을 허용할 계획이다.

증권사의 혁신기업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벤처기업에 대한 대출도 허용키로 했다. 벤처·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순자본비율(NCR) 산정 시 대출자산을 영업용순자본에서 부분 차감하는 형태로 건전성 규제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준다.

혁신기업의 원활한 기업공개(IPO)를 돕기 위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에 시가총액(1조원) 단독요건도 신설한다. 디지털·그린뉴딜·바이오·미래차·소재·부품·장비 등 분야에서 ‘혁신기업 국가대표’로 선정된 유망기업에 대해선 상장심사 신속처리 등 방안을 검토한다. 혁신기업 발굴·육성을 위해 IPO 주관을 맡은 증권사의 보유지분율 한도를 10%까지 높여줄 예정이다. 수요예측 시 가격발견에 기여한 기관투자가는 신주배정에서 우대하고, 장기투자하는 기관이 공모주 일부를 우선 배정받는 ‘코너스톤 제도’도 도입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