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은이다"… 美 개미들 움직이자 주가 60%대 급등 [원자재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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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서 '실버스퀴즈' 유행
호주선 은광기업 주가 60%대 폭등
국제 은 가격과 은 생산기업 주가가 급등세다. 최근 공매도 헤지펀드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을 주도한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이 은을 다음 타겟으로 지목한 영향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COMEX 상품시장에서 은 근월물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29.2달러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 대비 약 8% 높은 가격으로 작년 9월 이후 최고가다. 1일 은 현물은 전 거래일 대비 7.4% 오른 트로이온스당 28.99달러에 거래돼 작년 8월 중순 이후 최고가를 냈다. 이날 주요 은 생산국인 호주에선 은광 관련 기업 주가가 폭등했다. 대부분 주당 1호주달러를 넘지 않는 ‘동전주’ 기업에 매수세가 몰렸다. 장중 아젠트미네랄스는 주가가 59.6%, 인베스티게이터리소시즈는 주가가 47.4% 치솟았다. 보압메탈스 주가는 18.6% 올랐다. 은 가격은 지난 7일간 약 14% 올랐다.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27일부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레딧 내 주식토론방 격인 월스트리트베츠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은을 단체 매입해 기성 금융권과 싸워야 한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최근 ‘게임스톱 공매도 대전’을 상품시장으로도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와 은행 등 기성 금융권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감추기 위해 은 시세를 조작해 가격을 억누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월스트리트베츠에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은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1000달러는 돼야 한다”며 “개미투자자들이 모여 은을 대거 사들이면 한해 은 채굴량만큼을 살 수 있고, 이를 통해 금융세력에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투자자는 “은에 대규모 투자하면 헤지펀드 몇개 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은행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은에도 ‘쇼트 스퀴즈’를 낼 수 있다는 이른바 ‘실버스퀴즈’ 운동이다.
이후 레딧과 트위터 등에선 실버스퀴즈 해시태그를 단 글이 쏟아졌다. 호주 기반 증권사 IG마켓의 카일 로다 애널리스트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은값을 단기 급등시키려 하고 있다”며 “개별 주식보다 더 큰 규모 시장을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금속 소매 온라인사이트에도 은 매입 주문이 빗발쳤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귀금속 온라인 소매 플랫폼 중 하나인 미국 APMEX는 지난달 31일 “은제품에 대해 전례없는 수요가 쏟아져 글로벌 은 시장이 개장할 때까지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없다”는 공지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레딧 개인투자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게임스톱 등 개별 주식과 달리 은 상품시장은 기존에도 변동성이 크고, 얽혀있는 기업도 가지각색이라서다. 은은 태양전지 소자 등 일반산업용 수요가 전체 수요의 55%가량을 차지한다. 은이 작년에만 47% 오른 것도 부담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7일 은 목표가를 트로이온스당 30달러로 잡았다. 이 분석대로라면 현재 가격에서 상승 잠재력이 크지 않은 셈이다.
라이언 피츠모리스 라보뱅크 상품전략가는 “상품시장은 증시와는 크게 다르다”며 “최근 새롭게 등장한 레딧발 투자전략이 변덕스럽기로 악명높은 상품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