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청년주택 잇단 '잡음'…혜택 줄인다

"일조·조망권 침해" 반발

상계·서초 등 졸속 인허가 '논란'
주차장 요건 완화로 주차난 심화
서울시·구청, 이달 말 협의

역세권 고밀개발도 갈등 가능성
"주택공급 효과 장담 어려워"
옛 베니키아호텔을 리모델링한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역세권 청년주택 ‘영하우스’. 한경DB
서울시의 대표적 공급 대책인 역세권 청년주택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파격적으로 허용하자 일조권 조망권 침해 등을 제기하는 주민 민원이 늘고 있어서다. 정부가 이번주 내놓을 역세권 고밀개발 역시 비슷한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역세권 토지주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고 인근 주민 반발까지 감안하면 역세권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역세권 청년주택 인센티브 조정하나

1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구청장은 이달 하순께 협의회를 열고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관한 조례 개정 여부를 논의한다. 이 협의회에서는 역세권 범위를 현행 350m에서 250m 이내로 하고, 주변 건축물 평균 층고 2.5배 이하 유지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역세권별 청년주택 총량제 도입 등도 다뤄진다. 서울시 25개 구청장은 역세권 청년주택 관련 민원이 급증하자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건의하기로 사전 협의했다.

2016년 도입한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대표적인 주거복지 정책으로 육성하고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8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각 자치구는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인센티브를 허용해 주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자는 종상향과 용적률 완화, 주차장 의무 설치 규제 완화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거지역이라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이 돼 최대 680%의 용적률을 준다. 종전 주거지 용적률(250%)보다 400%포인트 이상 높다.노원구 상계동 690 역세권 청년주택은 사업자가 23층 높이로 인허가를 신청해 논란이 되고 있다. 4층 남짓인 인근 주거지 층수와 비교해 상당한 차이가 난다. 중계동 509의 2 역세권 청년주택 역시 15층짜리 건물 주변에 37층으로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주변 현황과 어울리지 않는 위치에 고밀개발이 이뤄지는 게 문제”라며 “기반 시설 부재, 일조권·조망권 확보 어려움, 교통대란, 주차난 가중 등으로 각종 민원이 잇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초 옆 역세권 청년주택 역시 주민 반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통량이 증가해 통학 환경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형식적인 요건만 맞춰 졸속 인허가를 하려고 한다는 게 학교와 학부모들 주장이다.

역세권 고밀개발 효과 불확실

주차장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금은 역세권 청년주택 세입자에 대해 승용차 보유를 제한하고 있지만 10년 후 민간임대 물량이 분양되면 인근 주차난이 크게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인허가가 진행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69개 사업장, 2만7000여 가구 규모다.크고 작은 민원이 잇따르면서 서울시 내부에서도 용적률 등에 대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높이 등을 고려해 사전 협의 단계부터 용적률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용적률 한도를 풀어 놓기는 했지만 대상지 여건에 따라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안다”며 “한마디로 최대 용적률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는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공급 대책을 계기로 역세권 개발을 둘러싼 잡음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주 중반께 역세권 고밀개발 등을 포함한 수도권 공급 대책을 준비 중이다. 주택 용적률을 높이고 일조권과 주차장 등 도시 규제는 과감히 풀어주는 대신 불어난 면적의 일부는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받는 방식이 유력하다.

역세권 개발 범위를 기존 250m에서 최대 500m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주변 여건이나 적합성을 감안해 용적률이나 높이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최대 용적률 완화를 전제로 공급 가능 물량을 미리 추산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문병훈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의원은 “상하수도와 주차장 등 사회간접자본(SOC)은 감안하지 않은 채 공급 숫자를 늘리는 데만 치중하면 역세권 개발의 부작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