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위반 논란에도 '마이웨이'…'악동' 리드, 압도적 실력으로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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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스 인슈어런스 14언더 정상패트릭 리드(31·미국·사진)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인기 없는 챔피언이다. 속임수 플레이를 수차례 범한 그에겐 ‘필드 위의 악동’이라는 악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리드는 압도적인 골프 실력을 앞세워 상황을 반전시켰다. 2014년 미국·유럽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럽 선수를 제압하며 팀에 승리를 안기자 비판에 앞장섰던 언론들도 ‘캡틴 아메리카’라며 태세를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아’ 리드가 또 한 번 자신만의 방식으로 논란을 잠재우며 우승컵을 들었다.
최종일 이글·버디 등 4타 줄여
2위 그룹과 5타 차이로 1위
1년여 만에 통산 9승 일궈
3R 러프 '무벌타 드롭' 등
갖가지 규정 위반 논란 휩싸여
리드 "전혀 문제없는 플레이"
압도적 실력 차로 거둔 우승
리드는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남코스(파72·7591야드)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리드는 토니 피나우(31·미국), 라이언 팔머(44·미국) 등 공동 2위 선수들을 5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며 우승 상금 135만달러(약 15억원)를 챙겼다. 지난해 2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챔피언십 이후 1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품에 안은 리드는 PGA투어 통산 9승을 달성했다.이날 공동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리드는 기복 없는 플레이로 경쟁자들을 압박했다. 승부처는 6번홀(파5). 3번 우드로 친 세컨드 샷이 그린에 올라갔고, 리드는 14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이때부터 리더보드 상단을 장악한 그는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리드는 경기 후 “6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뒤 우승을 직감했다”며 “코스가 까다로워 실수를 줄이자는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전날 규칙 위반으로 구설에 올랐던 리드가 흔들리지 않자 급해진 건 경쟁자들이었다. 13번홀까지 1타 차로 따라붙었던 빅토르 호블란(23·노르웨이)은 14번홀, 15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리드는 마지막 18번홀(파5) 버디를 잡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리드는 “지난해 US오픈 뒤 코치를 바꾸고 스윙을 교정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규정 위반한 적 없어”
리드는 전날 규정 위반 논란을 일으켰다.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으로 왼쪽 러프에 빠진 공을 경기위원이 오기 전에 들어올린 게 문제였다. 뒤늦게 도착한 경기위원은 무벌타 드롭 결정을 내렸고, 리드는 이 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타수를 잃지 않았다. 2019년 바뀐 규정에는 선수의 양심을 믿고 공이 땅에 박혔는지 혼자 판단할 수 있게 했는데, 경기위원회는 그의 말만 믿고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리드가 속임수 골프를 쳤다는 비판은 이어졌다. 그는 대학 시절에도 이른바 ‘알까기’ 부정행위 논란에 휩싸였고, 2019년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는 웨이스트 에어리어(주로 모래로 채워져 있으나 벙커가 아니라 일반구역으로 규정된 지역)에서 연습 스윙을 하면서 공 뒤 모래를 움직여 2벌타를 받는 등 규정과 관련한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다. 리드는 “전혀 문제없는 플레이였다”며 “골프장 안에서는 게임에 집중하기 때문에 밖에서 나를 비판한다고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도 전날 같은 행동을 했는데 나만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항변했다.한국 선수들은 부진했다. 임성재(23)는 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32위, 최경주(51)는 4오버파 292타로 공동 69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