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냐 갈등이냐…朴-尹 관계, 검찰 인사서 판가름

서울중앙지검장·대전지검장 놓고 의견충돌 가능성
검찰총장 권한 분산·수사·기소 분리도 불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검찰 인사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박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번 인사는 향후 두 사람의 관계를 가늠할 시험대로 여겨진다.

윤 총장은 1일 박 장관의 취임식을 앞두고 법무부를 방문해 박 장관을 예방했다.

두 사람은 15분가량의 짧은 면담에서 덕담만 나누고 검찰 인사에 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조만간 검찰 인사를 협의하기 위해 다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간부인사는 두 사람 간 협의가 마무리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 후반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협의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설 연휴 전까지는 인사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는 두 사람이 이번 인사를 놓고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의 첫 검찰 인사 때처럼 극심한 갈등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장관이 윤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이날 취임식에서도 검찰과 소통하겠다고 강조해 일방적 인사를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박 장관은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가 되겠다고 공언한 데다 앞선 법무부 장관들의 인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윤 총장은 정권을 향한 수사들을 밀고 나가려는 의지가 강해 양측의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 등 이른바 '추미애 라인' 검사들의 거취가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에서는 공식 부인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이 갈등을 빚어온 이들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해온 정권 관련 수사들을 지연하고 있다는 검찰 내부의 비판을 받고 있어 윤 총장이 교체 1순위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이 지검장을 승진시켜 일선 고검장으로 보내고 자신이 믿을 수 있고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홀딩'돼 있는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물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세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이 같은 뜻을 전달해도 박 장관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지검장을 교체하더라도 검찰의 직접수사 탈피, 형사·공판부 검사 우대 원칙 등 검찰개혁에 적극 동참할 인물을 내세울 공산이 크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지휘 중인 대전지검장의 자리도 관심이다.

실제로 이두봉 지검장은 대전지검을 맡은 지 1년이 넘어 인사 대상으로 꼽힌다.

이 자리에 누구를 기용하느냐를 놓고도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일 수 있다.

검찰 인사 외에도 박 장관이 검찰개혁의 마무리 과제로 ▲ 검찰총장 권한 분산▲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 정책을 본격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현재의 검찰총장은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총장'이라 분권화가 절실하다.

총장의 권한을 고검장이나 지검장, 각 검사에게 상당 부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막을 방법으로 수사와 기소 분리를 거론하며 "국회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좋은 방안들을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